폼페이오, 대북 제재 완화 분명한 선긋기…“시간 게임 하지 않을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4일 14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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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3일(현지 시간) 국무부 청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를) 빨리하고 싶지만, 시간 게임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간 싸움을 하지 않겠다. 2년이 걸리든, 3년이 걸리든, 혹은 5개월이 걸리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정확하게 옳다. 이것은 장기적인 문제로 수십 년 동안 해결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북-미 간에 대화를 진전시킬 여건이 성숙됐고, 워싱턴의 기대감도 커진 상황이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직접 확인하고 진전된 조치가 나오기 전까지는 제재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뚜렷한 성과가 나오기 전에 협상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가 방북에서 원하는 성과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까지 고려하는 조심스러운 기류라는 설명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한 기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인 2021년 초까지 조속한 비핵화를 완성한다고 (장관은) 말했는데, 대통령은 시간 싸움을 안 한다고 말했다. 시간표를 갖고 있느냐’고 질문하자 “2021년에 대한 언급은 내 것이 아니며,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나온 말을 반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 남북 정상회담 직후인 지난달 19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실무협상을 하자고 북측에 제안하면서 “이는 2021년 1월까지 완성될 북한의 신속한 비핵화 과정을 통해 북-미 관계를 변화시키는 한편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협상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의 제재 완화 요구와 관련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우리는 지난 오랜 시간 동안 이뤄진 것보다 더 큰 진전을 만들었다”며 “더 중요한 것은 최종적인 (비핵화) 목표를 달성할 기회를 우리에게 계속 제공하는 여건 아래에서 진전을 만들었다는 것으로, 그것은 경제적 제재의 지속적인 유지다. 우리에게 비핵화를 가져다줄 역량을 부여할 핵심 명제(제재 유지)는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완벽한 만장일치가 이뤄졌을 정도로 제재 유지는 전 세계적 책무”라며 “러시아와 중국은 제재 완화에 대한 적기를 어떻게 볼지를 놓고 일정한 생각을 하고 있지만, 그들도 유엔 결의와 그 바탕을 이루는 제재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 지지했었다”고 부연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제재를 유도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끝까지 풀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메사추세츠공대(MIT)의 비핀 나랑 국제정치학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와(WP)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 목록을 내놓기를 원하면서 냉수만 조금 내놓는 격”이라며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 변화를 위한 첫 단계로 포괄적인 제재 완화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지 못하는 건 북-미 간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고, 이는 제재 완화를 통해 실타래를 풀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을 말한 것이다. WP는 “평양은 핵과 미사일 목록을 내주는 것은 미국에 군사적 목표물을 설정하도록 도와주는 꼴이 될 거라고 여전히 믿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7일로 예정된 4차 방북에 대해서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는 “이번 주 내가 할 노력은 유엔 안보리가 북한을 향해 이행하라고 가리킨 것(비핵화)의 달성으로 가는 과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일보 전진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WP는 “트럼프 김정은 모두 2차 회담을 열망하고 있다”며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영변 핵 시설을 철거하고 그 대가로 무엇을 원하는지를 들어본 뒤 미북 정상의 만남을 이어갈 토대가 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종전선언과 관련해 폼페이오 장관은 “종전선언이든 다른 문제든 협상의 진전 상황과 관련해 언급하지 않겠다”며 “북미 정상의 싱가포르 약속을 진전시켜 나갈 기회를 얻기 위해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게 돼 매우 기쁘다는 정도만 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다 깊은 이해와 심화한 진전, 그리고 발전된 논의를 이루게 될 것이라는 데 대해 낙관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 재개 문제에 대해 미국이 제재 면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보낸 논평을 통해 “남북 관계 진전은 비핵화 과정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미국은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유엔 안보리 결의에 의해 금지된 특정 분야 제품을 비롯한 유엔 제재를 완전히 이행하기를 기대한다”고 원론적으로 답변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남북 경협 재개 문제는 아직 미국과 구체적인 논의를 하지 않은 단계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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