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에 폭우까지…홋카이도 ‘아쓰마 마을’ 가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7일 17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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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공급이 중단돼 오늘 부득이하게 폐점합니다.”

말 그대로 ‘암흑’이었다. 6일 오후 7시 일본 홋카이도 최남단 하코다테(函館)시의 중심가인 하코다테역 앞 사거리는 불빛 하나 없었다. 가로등은 물론이고 신호등도 작동이 멈춰 자동차들은 헤드라이트를 켠 채 속도를 줄여가며 조심스럽게 운전하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퇴근길 시민들과 여행객들로 붐빌 이곳에 적막만 흐르고 있었다. 역 앞 고급호텔 1층 입구에는 투숙객들이 손전등을 켜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편의점과 식당에는 ‘운영 안 함’이라는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자가 발전기로 백열등 몇 개를 켠 하코다테역 내부는 미처 정보를 받지 않은 열차 이용객들이 골판지를 깔고 앉아 열차 운행 재개만을 기다리고 있는 등 전쟁 중 피난소나 다름없었다. 렌트카 지점과 주유소 앞에도 사람들이 몰려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블랙아웃’ 마비된 홋카이도 복구 중


일본 언론들은 규모 7의 지진이 일어난 것은 2016년 구마모토 지진 이후 처음이며 홋카이도 내에서 7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것도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6일 새벽 지진 발생 후 진원지 근처인 도마고마이 인근 발전소에서 연기가 나면서 홋카이도 내 4곳 발전소가 전부 운행을 중단해 홋카이도 전체 지역이 정전으로 ‘블랙아웃’이 됐다. 홋카이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나마 6일 밤 10시경 나가와시의 발전소 1개가 가동돼 홋카이도의 ‘블랙아웃’ 상황은 하코다테 등 일부 지역에 전기가 공급되면서 다소 해소됐다. 경제산업성의 발표에 따르면 7일 현재 홋카이도 전 지역 295만여 가구 중 약 55만 채에 전기가 들어왔다. 그러나 삿포로 등 여전히 정전으로 피해를 겪는 지역이 대다수로 전체 복구에는 적어도 1주일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NHK 교도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삿포로 시내의 한 병원에서 산소 호흡기를 끼고 있던 아기에 산소 공급이 중단 돼 중태에 빠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산사태 난 마을에선 가족들 망연자실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어요”

7일 오후 홋카이도 아쓰마초(厚眞町) 요시노(吉野) 지구. 1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 지역은 이번 지진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곳이다. 무너진 집 앞에 앉아있는 한 여성은 일본 자위대와 구조대가 한 시라도 빨리 자신의 어머니를 구조해주길 바라는 모습이었다. 이 여성은 기자에게 “어머니가 저기 갇혀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피해는 야산 바로 앞에 있던 19동의 건물이 입었다. 이 지역의 한 주민은 “지진이 난 후에 몇 분 안 돼서 산에서 흙이 쏟아져 내려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다. 입구에는 당시 흘러 내린 토사가 그대로 남아 있어 피해 당시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다. 일본 자위대 등 수백 명의 구조대들은 무너진 집과 토사를 파내며 분주히 실종자 20여 명을 찾고 있었다. 그러나 폭우 등 궂은 날씨가 예보돼 있어 산사태 등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삿포로 한국 관광객 아사히카와로 이동

6일 전면 폐쇄 된 삿포로 신치토세(新千歲) 공항은 7일 낮부터 국내선을 중심으로 운행이 일부 재개 됐다. 홋카이도 신칸센 역시 7일 낮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삿포로 총영사관에 따르면 현재 발이 묶인 한국 관광객 수는 약 4000여 명이다. 이들 중 삿포로 시 인근 고등학교와 초등학교, 시민회관, 체육센터 등에 약 475명이 대피해 있다.

이날 오후 국내외 항공사들은 신치토세 공항 인근의 다른 공항에 임시 항공편을 만들어 오후 6시, 7시 등 순차적으로 한국 관광객들을 수송했다. 특히 삿포로에서 북동쪽으로 1시간 떨어진 아사히카와(旭川) 공항에 임시편이 만들어져 한국 관광객 중 상당수가 이 공항으로 이동했다. 삿포로 역에 머물고 있었던 관광객 김이나 씨는 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오전 삿포로 총영사관으로부터 아사히카와 공항에 임시 항공편을 만들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총영사관 측은 버스를 빌려 한국 관광객들을 이동시켰다.

하코다테 아쓰마 삿포로=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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