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없지만…시총 1조, ‘메가 컴퍼니’ 시대 연 애플의 빛과 그림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3일 14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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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우리가 애플을 다시 살려낼 수 있느냐가 아니라 애플을 정말로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느냐다.”

1997년 반바지에 샌들 차림의 스티브 잡스는 미국 컴퓨터 회사 애플의 간부회의에서 ‘애플을 다시 위대하게(Make Apple Great Again)’를 외쳤다. 1996년 8억6700만 달러의 손실을 내고 주가가 1달러 아래까지 떨어지면서 파산 위기에 몰린 애플이 쫓겨난 창업자 잡스를 12년 만에 소방수로 다시 불러온 것이다.

그로부터 21년의 시간이 지나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전날보다 2.92% 오른 207.04달러에 마감됐다. 시가총액(추산액)은 1조17억 달러(약 1129조 8000억 원). 창업 42년 만에 미국 기업으로는 처음 시총 1조 달러를 넘어 ‘메가 컴퍼니’ 시대를 연 것이다. 1조 달러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5%에 해당한다. 1980년 애플이 상장했을 때 1만 달러를 투자했다면 현재 630만 달러를 벌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분석했다.

애플 주가는 올 들어 22% 올랐다. 지난달 31일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놓은 뒤 상승세를 타며 ‘시총 1조 달러’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했다. 추격자인 아마존, 구글 지주회사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는 8000억 달러 선에 그쳤다. 2007년 중국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차이나가 ‘시총 1조 달러’를 잠시 넘은 적이 있다. 장외 시장에선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2조 달러 가치로 추산된다.

애플의 부활은 잡스와 14억 대 이상 팔린 아이폰을 빼고는 설명하기 힘들다. 잡스는 직원 3분의 1을 줄이고 제품 70%를 없앤 대신 ‘다르게 생각하기(Think Different)’ 캠페인을 들고 나와 음악 플레이어 ‘아이팟’, 스마트폰 ‘아이폰’, 태블릿PC ‘아이패드’를 연달아 히트시켰다. 2011년 잡스 사망 후 최고경영자(CEO)가 된 팀 쿡은 시장을 중국으로 확대하고, 아이폰X 가격을 기존 제품보다 15% 비싼 999달러에 판매하는 고가 전략으로 시총 1조 달러 시대를 열었다.

급성장 뒤엔 어두운 그늘이 있다. 중국 하청회사를 쥐어짜고 저임금 노동자를 착취한다거나 양질의 제조업 일자리를 미국 밖으로 갖고 나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에서는 삼성전자와의 특허 소송 등으로 기술 발전을 가로막았다는 비판도 받았다.

11년 된 아이폰에 여전히 의존하는 ‘팀 쿡 시대’의 성장성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생산과 판매에서 중국 의존도가 커진 것도 위험 요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중 무역 갈등이 애플의 생산 단가를 높이고 판매량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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