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개 이상 마을 폐허로… 강추위속 맨손 구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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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라크 국경지역 강진 참사

이란과 이라크 국경에서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해 그에 따른 사상자가 이틀 새 크게 늘었다. 집을 잃은 수만 명의 이재민은 영하 10도까지 떨어지는 혹독한 추위와 싸우고 있다.

14일 이란 관영 IRNA통신은 12일 밤 이란 북서부 케르만샤주와 이라크 북동부 술라이마니야주 국경지대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최소 530명이 사망하고 7460여 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가장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한 곳은 진원지에서 가까운 이란 케르만샤주의 쿠르드족 마을 사르폴레자하브시로 알려졌다. 당국은 사망자의 대다수가 인구 3만여 명이 사는 이 도시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을 위해 지어진 아파트들이 완전히 붕괴돼 피해가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설상가상으로 지역 병원까지 크게 파손돼 부상자들이 필요한 응급치료도 받지 못하고 있다. 피해 지역을 둘러본 모하마드 알리 자파리 이란 혁명수비대 소장은 “신축 건물들은 그나마 버텼지만 흙으로 지어진 오래된 집들은 완전히 무너졌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인구 밀도가 낮은 이라크 북동부의 쿠르드 자치지역에서는 10명 미만이 죽고 500여 명이 다친 것으로 이라크 보건당국은 집계했다.

이란 적신월사(한국의 적십자사)는 이번 지진에 따른 이재민이 7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당국은 가옥 3만여 채가 파손된 것으로 보고 텐트 2만2000여 개, 담요 5만2000개 등을 설치, 배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르폴레자하브시의 이재민들은 음식과 물, 의복, 텐트를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만수레 바게리 이란 적신월사 대변인은 “500개 이상의 마을이 파괴됐다”고 전했다. 적신월사 30개 팀이 재난 지역에 파견됐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서 물과 전기 공급이 끊기고 도로마저 단절돼 구호물자를 보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조대원들도 변변한 손전등이나 횃불이 없어 야간에는 휴대전화 불빛에 의존해 구조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악지대인 케르만샤주는 밤 기온이 최저 영하 10도를 밑돌지만 이재민들은 여진에 대한 공포로 이틀째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며 노숙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최초 지진 발생 후 150회 이상 여진이 지속되고 있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 주성하 기자
#지진#이라크#이란#국경#강진#사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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