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개그’ 사진집 낸 개그맨, 얼굴·왼손 엄지만 움직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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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11월 14일 15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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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 개그를 보고 웃어도 괜찮을까?”

얼마 전 일본에서 한 개그맨이 자신의 신체를 이용한 이른바 ‘몸개그’를 담은 사진집을 내놨다. 이를 본 현지인들은 적잖이 당황했다. 사진집의 주인공인 아소 독(본명 아소 다이치·38)이 얼굴과 왼손 엄지손가락 말고는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이기 때문이다.

14일 일본 위드뉴스에 따르면, 최초의 ‘투병 개그맨’을 자칭하고 있는 아소 독은 지난 8월 내놓은 사진집으로 화제가 됐다. 그는 2011년부터 자신의 투병생활을 소재로 한 개그와 콩트를 인터넷에 동영상으로 올렸다. NHK의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도 활약하며 인기를 끌어 왔다.

아소는 태어난 직후 ‘척수성 근육위축’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는 척수와 뇌간의 운동신경세포 손상으로 근육이 점차적으로 위축되는 신경근육계 유전질환이다. 얼굴과 왼손 엄지손가락 말고는 움직일 수 없어 굳은 몸을 휠체어에 의존하고 있다. 그는 고등학생 때부터 개그맨이 꿈이었다. 당시 ‘근디스트로피(근력 저하 및 위축, 근육섬유의 괴사 및 재생이 특징인 퇴행성 근육병증)’를 앓던 친구와 팀을 꾸려 개그맨에 도전했으나, 그 친구는 곧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고 한다.

사진집 작업에 참여한 사진작가 오치 다카오(38)는 앞서 의족을 한 여성을 찍은 사진집으로 관심을 모았다. 2000년 시드니 패럴릭 올림픽 선수들을 보고 매력을 느꼈다는 그는 주로 장애인 스포츠 선수들을 사진에 담고 있다.

사진=아소 독이 지난 8월 발매한 사진집 표지
사진=아소 독이 지난 8월 발매한 사진집 표지
이 두 사람이 합심해 이번 사진집이 탄생했다. 분량은 112페이지로 이를 살펴보면 왼쪽 페이지에는 사진이, 오른쪽 페이지에는 아소가 직접 쓴 문구들이 있다. 일본 전역을 돌며 반년 간 총 30일에 걸쳐 촬영했다. 사진의 소재는 다양하다. 아소가 보디 페인트나 여장을 하기도 하고, 들것에 실린 채로 강에 들어가거나 뱀을 머리에 올려놓기도 한다. 움직이지 않은 자신의 몸을 이용해 독자를 웃기려는 시도도 서슴지 않는다. 표지를 보면 아소가 전신을 갈색으로 칠한 뒤 자신의 몸 색깔과 비슷한 모래 안에 묻혀 있다.

시조새 일러스트. 사진=픽사베이(Pixabay)
시조새 일러스트. 사진=픽사베이(Pixabay)
아소는 표지를 두고 “시조새를 형상화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내 몸이 시조새 모양을 닮지 않았나”라며 “촬영은 따로 실내 화실에서 시트 위에 모래를 가득 깔고 했다. 원래는 밖에서 촬영하려고 했지만, 사진 작가인 오치 씨가 ‘장애인을 땅에 묻으면 신고를 당한다’고 걱정하기에 실내에서 찍었다”고 설명했다.

아소는 “이 사진집을 내놓은 목적은 아무도 본 적 없는 책을 만드는 것”이라며 “개그맨의 사진집이니 웃기고 재밌는 것을 만들기 위해 ‘복지’ 색깔은 배제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핸디캡을 극복하고, 노력하고…장애인의 ‘감동적인 이야기’로 보이고 싶지 않다. 나는 개그맨이고, 사람을 감동시키고 싶은 게 아니라 웃기고 싶다. 내 책이 서점에서 ‘복지 서적’ 코너에 놓이게 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매체는 ‘감동 포르노’라는 단어를 소개했다. 약점을 극복하려 노력하고 있는 ‘약자’의 모습을 미디어에서 이용하고 있는 모습을 비꼬는 말이다. 각자 다양한 개성을 가진 장애인들을 너무 한결같은 이미지로 소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소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그런 거창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어쨌거나 ‘재미있는’ 것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그맨으로서 보람 있는 사진을 맘껏 찍은 이번 사진집에 만족한다”고 털어놨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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