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현역 ‘서양의학 도입 1인자’ 日의사, 별세…향년 106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8일 16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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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가 넘어서도 현역으로 일해 온 히노하라 시게아키(日野原重明) 일본 세이로카(聖路加)국제병원 명예원장이 18일 아침 영면했다. 향년 106세.

일본에 서양의학을 본격 도입한 1인자로 불리는 그는 1970년대부터 뇌졸중, 심장병 등을 ‘생활습관병’으로 규정해 질병 예방에 연결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는 1996년부터 공식적으로 성인병을 생활습관병으로 바꿔 부르고 있다.

그는 현대인의 꿈인 건강과 장수를 몸소 실현해보이면서 강연이나 에세이를 통해 생명과 평화의 소중함을 호소했다. 2000년부터 노인도 주변 사람과 교류하며 활력 있게 살아야 한다는 ‘신노인 운동’을 전개해 일본에서 새로운 노인상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회원 대상 강연이 연간 150회에 달한 해도 있었다. 청중과의 직접 대화를 즐겼으며 이런 자리를 “나라는 존재가 필요함을 확인하는, 삶의 보람 그 자체”라고 말했다.

평생 써낸 저서는 200권이 넘는다. 90세에 낸 ‘잘 사는 법’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등 생명을 논한 저작들이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런 그의 인생의 전기는 1970년 학회 참석을 위해 후쿠오카(福岡) 행 니혼항공 요도호에 탑승했다 납치사건의 인질이 된 일이었다. 결국 한국 김포공항에서 풀려났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남은 인생은 신이 준 것”이라며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10년 이상 초등학교에서 ‘생명의 수업’을 진행했다. 학생들에게 청진기를 주고 서로의 심장 고동을 듣게 한 뒤 ‘생명은 뭐지?’라고 물었다. 평화에 대한 생각도 강했다. 저서 등에서 일본 헌법, 특히 9조의 중요성을 논하곤 했다. 100세를 넘은 그가 입원병동을 돌며 미소와 유머로 죽음에 대한 불안을 달래주면 말기 환자가 일시적으로 눈에 띄는 회복을 보이는 일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평생 일본 최고의 병원에서 일해 온 그지만 최후는 자택에서 차남 부부가 지켜보는 가운데 맞이했다.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아 호흡기 등은 사용하지 않았고 고통 없이 잠드는 듯 숨을 거뒀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생전에는 철저한 계획에 따라 생활하며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소식과 꾸준한 운동을 한 것으로 유명했다. 하루 식사량을 1300kcal로 제한하고 계단 걷기, 스쿼트 등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운동을 꾸준히 실천했다. 2010년 가천의대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해 ‘건강장수문화’ 강연회를 열기도 했다.

도쿄=서영아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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