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온실가스 감축 계속이행”… 산업계 “이참에 목표 낮춰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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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파리기후협약 탈퇴]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미국이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선언하자 국내 산업계도 글로벌 사회에 밀려들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른 국가들도 파리협약 이탈 대열에 합류하면 국내 기업들만 상대적으로 큰 환경비용을 부담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태양광 에너지 업체들과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제조사 등 ‘탈(脫)탄소’를 등에 업고 성장하던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일 “온실가스 감축은 여전히 글로벌 트렌드이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확대, 배출가스 최소화 등 국내 정책들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적 노력이 잠시 장벽에 부딪혔다고 섣불리 멈췄다가는 관련 기술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 2015년 12월 파리협약 당시 2030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8억5100만 t의 37.0%에 해당하는 3억1500만 t을 감축하기로 약정했다. 브라질(43%), 영국, 독일, 프랑스(이상 40%) 등과 함께 가장 높은 수준의 감축 목표였다. 국내에서 2억1900만 t(25.7%)을 직접 줄이고 해외에서 9600만 t(11.3%)을 추가로 줄이기로 했다. 해외 감축은 결국 글로벌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에서 돈을 주고 배출권을 사온다는 뜻이다. 이 중 산업 부문은 국내 5640만 t, 해외 2470만 t을 합쳐 8110만 t이다.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가 파리협약을 앞두고 13개 주요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동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한국이 가장 높았다. 2030년 BAU 대비 한국의 감축 목표는 28%로 일본(3%)의 9배가 넘었다.


실제 국내에서 온실가스 감축 속도는 2014년 1월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조차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국무조정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2014년 감축 목표는 BAU 대비 5.1%였지만 실적은 0.6%에 그쳤다. 2015년은 집계가 끝나지 않았지만 목표치인 10%에 한참 미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 A사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 1차 계획기간’인 2015∼2017년 약 6000억 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자체 분석했다. 기존에는 액정표시장치(LCD) 생산면적 1m²당 중국 기업보다 7000원이 쌌지만 배출권 비용을 반영하면 300원가량으로 좁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자동차 등의 업계에서 공통적으로 걱정하는 부분이 이런 생산 경쟁력 저하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남들보다 비싸게 만든 제품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친환경 정책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적어도 다른 나라들과 속도를 맞출 필요는 있다”고 했다.

특히 정부가 ‘탈원전’ ‘탈석탄’ 등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전기료 인상 가능성도 나오는 상황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석탄 화력을 현재 40%에서 2030년 25%로 줄이고, 같은 기간 천연가스 비중을 22%에서 34%로 늘리려면 내년부터 연간 2조3000억∼2조6000억 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추산했다. 당장 산업용, 가정용 전기요금이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발전업계 A사 관계자는 “미국의 탈퇴가 결정된 만큼 한국도 산업 경쟁력을 상실하지 않는 범위에서 목표를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인 온실가스 감축 움직임에 힘입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우던 기업들은 좌불안석이다. 한 태양광 업체 관계자는 “미국에 그치지 않고 다른 나라로도 신재생 에너지 확대 속도가 줄어들 경우 성장 전략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 관계자는 “그나마 새 정부가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빠르게 늘리겠다고 했지만 얼마나 실현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이건혁 기자
#온실가스#트럼프#파리기후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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