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구색만 맞춘 黃-트럼프 통화…내분이 안보불안 더 키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3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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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어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30분간 첫 전화 통화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한미 관계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좋을 것”이라며 “미국은 북한 문제에 있어서 100% 한국과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백악관도 트럼프 대통령이 “확장억제 제공 등 한국을 보호하기 위한 철통같은(ironclad) 안보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상황에서 양국 최고위급 소통 채널이 가동됐다는 점을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8일 트럼프와 통화한 뒤 2월 10일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우리는 정상회담 논의도 없었다. 아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맞는 표현이다. 황 권한대행은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방문을 초청했고, 트럼프도 “조만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답했지만 의례적인 인사였다. 이번 통화를 두고 “미국 측 요청으로 이뤄졌다”고 강조하는 것 자체가 자신감 부족에서 나온 것일 뿐 아니라 외교적 결례다.

 이것이 한국 외교가 처한 솔직한 좌표다. 중국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일본은 위안부 소녀상 철거 문제로 고강도 압박을 가하고 있으나 믿었던 한미동맹마저 불안한 상황이다. 그러나 북한과 중국은 24일 평양 주재 중국대사관 춘제(설) 리셉션에 북한 당정군 고위 인사 70여 명이 대거 몰려가 대북 제재에 아랑곳없이 혈맹관계를 재확인했다. 안보만이라도 한미일이 일관되게 한목소리를 내야 평양과 베이징이 만만하게 보지 않을 것이다.

 올해 설만큼 힘들고 팍팍했던 때는 없었다. 촛불의 분노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국정 혼란 장기화에 대한 걱정으로 바뀌고 있다. 경제도 경제지만 안보가 무너지면 국가의 존립 기반 자체가 흔들린다. 황 권한대행의 당연한 공무 수행을 두고도 ‘대권 행보’라고 비난하는 야당 인사들은 안보를 말할 자격이 없다. 더불어민주당 김춘진 최고위원 같은 사람은 “트럼프 통화 전에 국회와 협의했어야 한다”는 황당한 말까지 했다. 밖에서 폭풍이 몰아치는데 우리 내부가 이 모양이니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황교안#트럼프#한미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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