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강성 일색 백악관 안보보좌진 ‘정책 균형감’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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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린, 이슬람에 극단적 시각… DIA국장때 근거 희박한 주장도
맥팔랜드, 위기대응 경험 없어
NYT “일방통행 유혹 떨칠지 의문”

 그들은 ‘정직한 중재자(honest broker)’라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진의 덕목을 실천할 수 있을까?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강성 군인인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보수 언론인 폭스뉴스 정치평론가 출신 캐슬린 맥팔랜드 국가안보부(副)보좌관 등 강경 보수 인사들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진을 꾸리자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런 강경 일변도의 팀으로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대통령의 ‘눈과 귀’로서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국무·국방부 등 유관 부처와 협업을 이끌 균형감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화살은 플린에게 집중되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스티븐 해들리는 이 직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선 “저울 위에 자신의 손가락을 올려 대통령의 의중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기울게 하고 싶은 유혹을 참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플린이 ‘극단주의 이슬람’의 위협이라는 하나의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며 그가 이런 유혹을 떨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플린은 7월 발간한 저서에서 북한, 러시아, 쿠바, 중국 등이 극단주의 이슬람 세력과 ‘반(反)미 전선’ 동맹을 구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존 델러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NYT 인터뷰에서 “국가안보보좌진은 마치 공 3개를 갖고 곡예를 하듯 다양한 정책 우선순위를 다뤄야 하는데, 플린은 단 한 개의 공만 다루고 있다”며 “극단주의 이슬람을 박멸하자는 집착이 동아시아를 비롯한 다른 지역의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플린의 지적 능력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그가 국방정보국(DIA) 국장이던 시절 부하들은 플린이 내뱉는 말들을 ‘플린 팩트(Flynn Fact)’라고 불렀다. 플린이 “이슬람율법(샤리아)이 미국에 퍼지고 있어 문제”라는 등 믿거나 말거나 식 주장을 늘어놓자 아예 ‘근거가 희박한 주장’이란 뜻의 신조어를 만든 것이다. 플린과 아프가니스탄에서 2년간 일한 세라 체이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NYT에 “다양한 주장을 비교해 가며 일관된 결론을 도출할 정도로 분석적이지 못한 사고의 소유자”라고 비판했다.

 플린의 단점을 보완해야 할 맥팔랜드 부보좌관 등도 같은 성향에다 경험도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맥팔랜드는 30년 전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때 마지막으로 공직 생활을 했고 그마저도 국방부 홍보 담당으로 국가 위기 상황과 인사 등을 맡은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모니카 크롤리 NSC 전략커뮤니케이션 선임국장 역시 보수 성향인 폭스뉴스의 정치평론가 출신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행정부의 예산 사용 우선순위를 정하는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에 초강경 보수 성향인 믹 멀베이니 하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을 지명했다. 트럼프는 성명에서 “20조 달러(약 2경3800조 원)의 국가부채를 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재정을 얼마나 책임 있게 써야 할지 깊은 확신을 가진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백악관#안보보좌진#플린#맥팔랜드#미국#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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