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주목받는 93세 키신저의 ‘메신저 외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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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면담 뒤 트럼프 만나… 美-中관계 긴장 속 역할 주목

 1970년대 미국과 중국을 비밀리에 오가며 양국의 외교관계 정상화에 큰 역할을 한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93·사진)의 ‘메신저 외교’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2일 중국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면담한 키신저 전 장관이 귀국한 뒤 바로 다음 날인 6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을 만난다고 의회전문 매체 더힐이 5일 보도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지난달 17일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 외교 자문에 응한 뒤 베이징(北京)으로 가 모종의 메시지를 전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시 주석은 트럼프의 적대적인 대(對)중국 공약들이 (취임 후) 얼마나 진짜 정책으로 구현될 것인지를 알고 싶어 했을 것”이라며 “키신저가 지난 수십 년간 해왔던 것처럼 미중 간 불필요한 긴장을 완화시키는 ‘셔틀외교’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일단 트럼프 당선인과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 간 통화에 대해 중국 지도부가 차분한 대응을 한 것을 높게 평가했다. 5일 미중관계위원회가 주최한 행사에서 “중국 지도부의 차분한 대응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런 태도는 (미중 간에) 차분한 대화를 진전시킬 수 있는지를 일단 지켜보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5일 정례브리핑에서 “양국 관계가 40년 가까이 잘 발전한 근본적 이유 중 하나는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켰기 때문”이라고 밝혔을 뿐 트럼프 당선인을 직접 겨냥하지는 않았다.

 키신저 전 장관의 셔틀외교에 거는 기대는 중국 측이 더 크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중국 지도부는 “두 강대국 간 최소한의 상호신뢰를 형성하고 불필요한 오판을 하지 않도록 하는 데 양국을 잘 아는 메신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키신저 이외의 다른 대안을 생각할 수 없다”는 뜻을 보였다고 한다. 시 주석도 2일 키신저 전 장관과 면담하면서 “양국 관계가 과도기에 있다. 서로의 전략적 의도를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국제정세와 양국 관계의 미래에 대한 키신저 박사의 혜안을 귀담아듣겠다”고 말했다고 중국 매체들은 전했다.

 키신저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자신만의 전략과 다른 경쟁자들은 제시하지 못한 프로그램으로 대통령에 당선돼 특정한 집단에 진 빚이 없기 때문에 선거공약을 꼭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해 왔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35∼45%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한 중국 압박 공약을 그대로 실행하려 할 경우 오히려 미국의 국익을 해치고 세계적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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