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과거사 반성없이 전후70년 보내 혐한시위 뿌리엔 亞국가 멸시 풍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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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트스피치 관련 책 펴낸 이시바시 가나가와신문 편집위원

 “헤이트스피치(혐한시위)의 뿌리에는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아시아 국가에 대한 멸시가 자리 잡고 있다. 이게 시위라는 형태로 거리에 나오게 된 계기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등장이다.”

 지난달 28일 동아일보 도쿄(東京)지사에서 만난 가나가와신문의 이시바시 가쿠(石橋學·45·사진) 디지털편집부 편집위원은 “일본 사회는 과거사에 대한 반성 없이 전후 70년간 이어졌다”며 이것이 혐한시위의 근본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또 “뿌리 깊은 차별의식이 2002년 이후 시작된 한류 붐에 반감을 가진 이들에 의해 응축됐고 인터넷을 통해 영향력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혐한시위대에 맞서 싸운 가와사키(川崎) 시 코리아타운 사쿠라모토를 다룬 책 ‘혐한시위를 멈춘 거리’를 9월 출간했다.

 2012년 아베 총리 취임 후 시위가 본격화된 이유에 대해선 “아베 총리의 역사수정주의 인식은 결국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면서 가해자를 피해자로 둔갑시켰다. 이것이 뭔가 막혀 있고, (다른 나라들에 비해 일본이) 손해보고 있다는 국민들의 의식과 맞아떨어졌다”고 풀이했다.

 이시바시 위원이 동료들과 집필한 책은 지난해 11월 혐한시위대가 가와사키 시 코리아타운 진입을 시도하고 이들을 막기 위해 재일동포들이 들고일어나며 8개월가량 이어진 싸움을 생생히 담았다.

 주민들은 재일동포 3세 최강이자 씨(43)를 중심으로 일본 시민사회와 함께 거리에 앉아 혐한시위에 항의했다. 거리에 드러눕는 방법으로 시위대 진입을 두 차례 막기도 했다. 길고도 외로운 투쟁은 국회 증언, 서명운동 등을 통해 혐한시위 규제법 제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시바시 위원은 “주민들은 40년 동안 가꿔 온 공생의 거리를 지키기 위해 싸웠다”며 “피해자들의 간절한 호소가 여당 국회의원들의 마음까지 움직였다”고 말했다.

 가나가와신문은 19만 부를 찍는 작은 지방지임에도 2015년부터 책 ‘시대의 정체’ 시리즈를 펴내며 아베 정권과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헤이트스피치#혐한시위#아베 신조#가나가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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