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는… 트럼프 대통령+공화 의회장악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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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美 대선]

  
‘큰 불확실성 아저씨(Mr. Big Uncertainty).’

 미국 뉴욕 월가 사람들이 덩치 큰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에게 지어준 별명이다. ‘큰 불확실성’은 억만장자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가 월가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오히려 경계의 대상이 돼 온 이유이기도 하다.

 대형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나 도이체방크 등은 올해 발간한 대선 전망 보고서에서 공통적으로 ‘대통령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상원 다수당은 민주당, 하원 다수당은 공화당’을 유력한 조합으로 전망했다. 변화의 수준이 점진적이고 예측 가능하다는 점에서 월가가 가장 선호하는 시나리오이기도 했다. 반면에 가장 우려하는 경우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고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경제정책이 급진적이고 근본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경제 전문 방송 CNBC는 5일 “월가가 그동안 가능성을 매우 낮게 봤던 ‘트럼프 대통령, 공화당 의회 장악’ 가능성에 대해 뒤늦게 대책을 점검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의 막판 상승세로 민주당의 상원 다수당 탈환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6일 정치 전문 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에 따르면 상원 예상 의석수는 민주와 공화 모두 46석에 경합 8석이다. 투표함 뚜껑을 열어봐야 다수당이 결정되는 상황이다.

 CNBC는 “당초 이번 대선은 (막말을 일삼는) 트럼프에 대한 국민투표 성격이 강했지만 e메일 스캔들 때문에 클린턴에 대한 국민투표로 변했다. 시장과 투자자들은 공화당이 대통령과 의회를 싹쓸이하는 상황을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당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모건스탠리가 7월 기관투자가 6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시장을 불황에 빠뜨릴 가능성이 높은 정치 지형이 ‘트럼프 대통령+공화당 의회’였다. 월가에선 지난달까지도 민주당이 백악관과 의회를 모두 장악하는 상황에 맞춘 투자 포트폴리오를 준비해 놓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월가의 우려는 6일 블룸버그통신이 ‘트럼프가 되면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5∼13% 하락할 수 있다’는 전문가 전망을 보도하면서 증폭됐다. 중국과의 무역전쟁 등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예고해온 트럼프의 집권이 신흥시장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시장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경제 공약들은 기존 정책과는 동떨어지고 모호해 장기적 영향을 예측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라고 평가했다. 클린턴이 승리하면 S&P500지수는 3%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만약 트럼프가 이길 경우엔 달러화 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멕시코 페소화 가치도 폭락하는 등 국제 금융시장도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대한 정치적 개입을 공공연하게 밝혀온 것도 악재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연준은 트럼프 당선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 시장이 예상해 온 ‘12월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늦출 가능성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목하고 중국에 대한 관세장벽을 높이겠다고 공언해 왔다. 미중의 마찰은 세계 경제에 적잖은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가 관계자들은 “우린 클린턴을 분명 더 선호한다. 이유는 그녀가 트럼프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트럼프에 대한 불신과 불안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말이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트럼프#미국대선#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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