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끝나자 다시 떠오른 ‘남중국해’…‘中 도발’에 반격 벼르는 두테르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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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中, 남중국해 판결후 첫 만남
美-日, 中겨냥 “판결 수용” 압력… 中, 경협카드로 ‘논의 차단’ 맞불
의장성명 놓고 양측 치열한 외교전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항저우(杭州)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끝나자마자 남중국해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G20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은 6일 개막한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차 라오스 비엔티안에 집결했다.

이번 회의는 올 7월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부정하는 국제 중재재판소의 결정이 나온 후 아세안과 중국이 처음 만나는 자리다. 따라서 아세안 회원국과 중국이 당사자인 남중국해 문제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G20 정상회의 때는 주최국 중국이 껄끄러운 남중국해 문제 등 안보 이슈를 최대한 억누르고 경제 이슈를 집중 부각했지만 라오스 회의에선 중국이 그만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미국과 일본은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중국을 상대로 ‘판정 수용’을 집중 압박할 방침이다.

이에 맞서 아세안의 제1 교역 파트너인 중국은 이번 회의에서 국제 중재재판소의 판결 문제가 논의되지 않도록 회의 준비 단계부터 압력을 넣었다. 라오스는 캄보디아와 더불어 아세안 회원국 가운데 친중 성향 국가로 분류된다.

중국은 또 신경제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에 아세안 회원국들의 참여를 적극 유도해 이들을 미일의 대중(對中) 견제 전선에서 떼어놓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번 라오스 회의에 참석하는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경제 협력을 통한 동반 성장 계획을 제시하고 11∼14일 중국 난닝(南寧)에서 열리는 중-아세안 엑스포와 비즈니스 투자 정상회의에 아세안 정상들을 초청했다.

따라서 이번 라오스 회의에선 미일과 중국이 두 편으로 나뉘어 아세안 회원국을 상대로 치열한 외교전을 벌이며 충돌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세안 정상회의 이후 채택할 의장 성명 초안에 남중국해 관련 조항이 8개가 포함됐다는 로이터통신의 보도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필리핀 변수가 등장했다. 원래 필리핀은 강대국 중국에 맞서 남중국해 분쟁을 국제 중재재판소까지 끌고 가 승소한 당사자다. 올 6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중국에 유화적인 자세를 보여왔지만 최근 양국 간 영유권 분쟁 도서인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 주변에 중국 해상경비국 소속 선박 4척과 준설선 등 10여 척이 집결하면서 다시 발끈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자신의 유화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도발한 것에 격분해 이번 회담에서 외교적 충돌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망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약과의 전쟁과 관련해 인권 문제를 제기한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도 막말을 퍼부어 미-필리핀 정상회담이 갑자기 취소되는 등 이번 라오스 회의의 향방을 좌우할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중국이 항저우 G20 정상회의를 원만하게 치르기 위해 중단했던 남중국해 난사(南沙)군도의 인공섬 건설 및 군사화를 재개할 경우 남중국해 갈등은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이 경우 미국은 군함과 전투기 등을 동원해 ‘항행의 자유’ 작전을 재개할 것이고, 중국이 남중국해 일대에 방공식별구역 선포로 강수를 둔다면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유럽의 신냉전에 이어 ‘남중국해 신냉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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