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중심가 땅값, 일년 만에 20% 급등…버블 시기 육박?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3일 20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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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東京) 중심가의 땅값이 일년 만에 20% 가까이 오르면서 1990년대 초반 버블 붕괴 직전에 육박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경기 부양을 위해 푼 막대한 돈이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가면서 일부 지역에서 땅값 급등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일본 국세청이 1일 발표한 전국 노선가(路線價) 자료에 따르면 도쿄 긴자(銀座)의 문구점 규쿄도(鳩居堂) 앞 긴자 중앙거리의 땅값은 전년보다 18.7% 올라 1㎡당 3200만 엔(약 3억6000만 원)이었다. 노선가는 상속세와 증여세의 산정 기준이 되는 것으로 공시지가의 80% 가량에서 산정된다.

‘쇼핑 1번지’ 긴자의 중심가인 규쿄도 앞은 30년 이상 매년 가장 비싼 땅으로 꼽힌다. 1㎡당 가격은 버블 붕괴 직전인 1992년 3650만 엔(약 4억1000만 원)을 기록했다. 이후 버블이 꺼지면서 3분의 1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아베 정권의 돈 풀기로 버블 시기의 90%에 육박하게 됐다. 이 지역은 작년에도 1년 만에 14.2% 오르는 등 매년 두 자릿수의 오름폭을 보이고 있다. 일본 언론에서는 “다시 버블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일본은행은 아베 총리 취임 후인 2013년부터 대규모 금융 완화 노선을 택하고 막대한 돈을 찍어냈다. 저금리 시대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던 돈이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중국인 등 해외관광객이 몰리는 일부 지역의 땅값을 올린 것이다. 긴자 외에도 시부야(澁谷) 신주쿠(新宿) 등 관광과 쇼핑 중심지 땅값이 일년 만에 15% 이상 급등했다.

하지만 버블이 우려될 정도로 오르는 지역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실제로 2020년 올림픽 등 개발 호재가 있는 도쿄 땅값은 전년보다 2.9% 올랐지만 전국적으로는 0.2% 오르며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8년 만에 겨우 플러스로 돌아섰다.

또 일본의 47개 광역지자체 중 땅값이 오른 곳은 14곳에 불과하며 33곳은 오히려 전년보다 떨어졌다. 마이니치신문은 “땅값을 1992년 버블 붕괴 직전과 비교하면 (아직도) 삿포로(札幌)는 27.3%, 나고야(名古屋)는 43.3%, 오사카(大阪)는 37.9%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부동산업계에서는 ‘경제와 인구의 도쿄 일극(一極) 집중이 진행되는 증거’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도쿄=장원재특파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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