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車 자율주행 중 운전자 사망, 뒤늦게 밝혀져…안전성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일 16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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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 미국 테슬라의 모델S가 자율주행 중에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뒤늦게 밝혀지면서 자율주행차량 안전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미국 정부가 지난달 말 공식 조사에 나섰다.

1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청(NHTSA)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테슬라에 모델S의 자율주행 성능에 대한 예비조사를 시작하겠다고 공지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7일에 자율주행 모드로 운행하던 모델S가 플로리다주 윌리스턴에서 대형 트레일러와 충돌해 운전자가 사망한 사고에 관한 것이다.

사고 당시 모델S 앞에 있던 트레일러는 고속도로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했다. 트레일러의 옆면을 인지하지 못한 모델S는 브레이크를 걸지 못하고 충돌했다. 모델S 정면은 트레일러 측면 바닥으로 끼어들어갔다. 테슬라 측은 마침 하늘이 너무 맑아 자율주행 센서가 트레일러의 하얀 색 옆면을 구분해 내지 못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중 일어난 첫 사망사고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번을 계기로 안전성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이번 사고 발생 전 자사 자동차들의 자율주행 모드 운행 누적거리가 총 2억900만 ㎞에 달한다는 게 테슬라 측 주장의 근거다. 미국의 모든 자동차를 놓고 보면 주행거리 1억5100만 ㎞마다 1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한다.

테슬라와 함께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구글도 올해 접촉사고를 낸 적이 있다. 2월 14일 구글의 자율주행차는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도로 위 모래주머니를 피해 왼쪽으로 차선변경을 시도했다. 하지만 옆 차선에서 달려오던 도시버스의 옆면을 들이받았다. 속도를 늦출 것이란 자율주행차의 판단과 달리 버스가 주행속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구글의 자율주행차는 지난 6년 간 20건 가까이 사고가 났지만 스스로 사고를 낸 것은 이 때가 처음이었다. 특히 구글이 지난해 사람의 운전습관을 따라하도록 자율주행 기능 알고리즘을 바꾼 뒤 나타난 사고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주목을 받았다. 구글의 자율주행차는 도로교통법을 너무 엄격히 지키는 바람에 도로 흐름을 방해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아 왔다.

구글과 테슬라 자율주행차의 잇따른 사고는 안전성 논란을 재점화하고 있다. 운전자 판단이 아니라 온전히 기계에 안전을 맡기는 상황이기 때문에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은 훨씬 높은 기준을 가질 수밖에 없어서다.

서승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기계 오작동이나 알고리즘 오류로 생기는 사고는 누적 주행거리가 얼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언제든 똑같은 상황에서는 재연될 수밖에 없다”며 “제조 단계에서부터 모든 상황을 고려해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나치게 높은 안전 기준은 산업발전 자체를 가로막을 수 있다는 조언도 있다. 케빈 애슈턴 전 벨킨 청정기술사업 총책임자는 지난달 2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포럼’의 기조연설에서 “사람이 자동차 사고를 내 10명이 죽으면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자율주행차가 같은 사고를 내면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된다”며 “이렇게 되면 자율주행차 산업 자체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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