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틱 호랑이’ 부활… 비결은 정치안정-外資유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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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금융 받다 2015년 7%대 고속성장
케니총리, 긴축-경제개혁 승부수… 제조업-IT허브로 산업구조 개편
법인세, 유럽 최저 12.5%로 낮춰… 구글 등 세계적 기업 유럽본사 유치
2012년 이후 일자리 13만개 창출

5년 전 구제금융을 받았던 아일랜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국내총생산(GDP)이 7%대로 늘었다. 선진국 중 가장 빠른 성장세다. 한때 금융위기에 몰렸던 나라가 ‘켈틱 호랑이 2.0’으로 부활해 포효하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 올해 아일랜드의 GDP 성장률이 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 중 최고 수준으로 중국도 제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아일랜드가 내년에도 34개 회원국 중 성장률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아일랜드는 2010년 부동산 경기 ‘버블 붕괴’로 인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고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670억 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그렇지만 5년이 지나 ‘켈틱 호랑이’로 복귀하며 놀라운 반전을 이룬 것이다.

요즘 이 나라의 경제성장은 2008∼2010년 당시 건설경기가 주도한 붐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부동산과 금융의 허브 대신 제조업과 정보기술(IT)의 허브로 산업 구조를 바꾸면서 경제의 펀더멘털(토대)이 튼튼해졌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 나라의 투자 매력도가 급상승했다. 구글, 애플, IBM, 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팔, 이베이 등 거대 기업들이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 유럽 본부를 두고 있다.

최근에는 막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를 끌어들이는 ‘자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외국 자본이 밀려오면서 2012년 이후로 민간 분야에서 13만6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2012년 15%나 됐던 실업률은 지난달 8.9%로 떨어졌다. 해외로 나갔던 젊은이들도 고국으로 유턴하고 있다. 2010년 구제금융을 받은 이후 2014년까지 아일랜드에서는 30만 명이 해외로 떠났다. 이민자의 대부분은 16∼45세의 고학력자들이었다.

아일랜드의 경제 부활에는 정치권이 크게 기여했다. 2011년 3월 조기 총선에 승리하고 14년 만에 정권 교체에 성공한 엔다 케니 총리(64·사진)는 4년여간 긴축과 경제 개혁에 매달렸다. 공공자산을 매각하고 공무원 임금을 동결하며 280억 유로의 재정 지출을 줄였다.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도 유로존 목표치(3%)에 근접한 수준(4.8%)까지 낮췄다. ‘수돗물 무상 공급’을 폐지하며 국민도 고통을 분담하도록 했다.

그의 최우선 정책은 제조업 활성화다. 이를 위해 법인세를 유럽 최저인 12.5%로 내렸다. 한국 법인세의 절반 수준이다. 내년부터는 이 나라에서 연구개발(R&D) 결과로 소프트웨어 특허를 내 돈을 버는 기업들은 법인세를 6.25%까지 더 내려준다. 조세 회피처라는 논란도 있지만 이 같은 정책으로 수출은 지난해보다 12% 늘어났다. 법인세도 올해 예상치보다 30억 유로나 더 걷혀 재정적자를 줄이는 데 톡톡히 한몫했다.

하지만 일부 외신들은 아일랜드에 과거의 교훈을 잊지 말 것을 조언했다. 최근 20년 동안 ‘경기 붐’과 ‘갑작스러운 거품 붕괴’의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악순환을 경험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GDP 대비 부채 비율이 100%에 이르는 아일랜드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복지예산 증가와 개인소득세 감면 등 선심성 재정 지출 증가에 대한 유혹도 심해지고 있는 형편이다. 패트릭 호노한 전 아일랜드 중앙은행장은 “아일랜드 정부가 자만에 빠지거나 주머니 끈을 너무 빨리 풀어 버리면 2007년의 실수를 반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케니#아일랜드#외자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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