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中, 모란봉 공연 깬 北김정은의 위험성 바로 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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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봉악단은 김정은의 지시로 2012년 창단된 북한판 걸그룹이다. 내년 김정은 방중(訪中)의 사전 정지작업으로 12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이던 이 악단의 첫 공연이 시작 몇 시간 전에 돌연 취소됐다. 비싼 암표를 샀던 중국인들은 물론이고 인터넷에서도 비판이 들끓었다. 모란봉악단의 철수 지시를 내릴 사람은 북한 김정은밖에 없다.

공연 취소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김정은의 수소폭탄 보유 발언을 중국이 불쾌하게 여겨 공연 관람 고위 인사의 급을 낮추자 김정은이 발끈했다는 관측이 있다. 북한을 ‘자산’처럼 여겨온 중국은 이번 일을 계기로 김정은을 바로 보기 바란다. 무슨 일을 할지 예측할 수 없는 김정은의 돌발성과 즉흥성으로 인해 중국은 앞으로 북한의 전략적 가치보다 전략적 위험성을 더 경계해야 할지 모른다. 일각에서는 북이 중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다시 핵실험을 감행해 중국을 곤경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김정은이 모란봉악단을 귀국시키면서 개성의 남북 당국회담 대표단도 철수시켰을 개연성도 없지 않다. 북 대표단은 이날 “남측이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 같다”며 일방적으로 회담을 깼다. 북은 내년 노동당대회를 위해서도 돈벌이 수단인 금강산 관광 재개를 원하고 있지만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피격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책 없이 한국 정부가 금강산 관광 재개를 단행할 순 없는 일이다.

공교롭게도 12일은 2년 전 김정은이 고모부 장성택을 잔혹하게 처형해 세계를 전율케 한 날이었다. 5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을 당일 전격 취소했듯이 북의 김정은은 국제사회의 규범과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공포 통치’를 계속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년 연속 북한 인권 문제를 상정해 비판해도 북은 그대로다.

북이 중국 및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호기를 외면한 것이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특히 김정은의 수소폭탄 보유 주장과 베이징 공연 취소로 체면이 깎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대북 정책에 변화가 있을지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을 통제하지 못하면 한반도 안정은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중국도 외면해선 안 될 것이다.
#모란봉#김정은#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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