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영토축소 위기 오자 유럽 테러로 돌파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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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와의 세계대전]‘악당국가’ IS의 위기탈출 수법
민간인 테러로 서방 과잉대응 유도… 전략교본 ‘야만의 관리’ 따라 움직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11·13 파리 테러 직후 이슬람국가(IS)를 ‘다에시’로 부르기 시작했다. 다에시는 IS의 종전 명칭인 ‘이라크 시리아 이슬람 국가(ISIS)’의 아랍어 약칭이지만 ‘짓밟는 자’라는 뜻의 아랍어 ‘다에스’와 발음이 비슷해 경멸과 조롱의 의미가 함께 담긴 호칭이다. 일개 테러집단 주제에 무슨 국가(state)냐는 비아냥거림이 담긴 것이다. 하지만 IS가 영토와 국민을 가진 국가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퇴치도 가능하다는 의견이 미국 외교가에서 나오고 있다.

○ 테러집단인가? 국가인가?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 홈페이지에서 파리 테러 이후 가장 많이 읽힌 기사는 ‘IS는 테러집단이 아니다’이다. 오드리 커스 크로닌 미 조지메이슨대 명예교수는 올해 3·4월호에 기고한 이 글에서 알카에다와 차별화된 IS의 특징으로 ‘국가화’를 꼽으면서 IS를 ‘악당국가’로 간주하고 그에 걸맞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외교전문지 ‘포린폴린시’ 또한 ‘IS는 어떻게 세계를 향해 전쟁을 선포했나’라는 16일자 기고에서 IS가 ‘유사국가’ 내지 ‘악당국가’라는 점을 인정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중동 문제 전문가 윌 매컨츠는 이 기고에서 IS가 다스리는 인구가 1000만 명에 이르고 1년 예산이 10억∼20억 달러에 이른다는 점을 환기시켰다. 예산 규모로는 이미 미얀마나 모리셔스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IS는 불법 거래를 통해 자금과 무기를 공급받는다. 이 때문에 경제 봉쇄, 금융거래 차단, 무기 수출 금지 등의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IS 또한 국가이기 때문에 그 영토와 국민을 지속적으로 옥죄면 장기적으로 실질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허상’에 속지 말고 ‘실체’를 공격하라

IS의 전략교본으로 꼽히는 ‘야만의 관리(The Management of Savagery)’라는 책이 있다. 서방국가를 위축시키고 과잉 반응을 끌어내려면 민간인에 대한 무자비한 테러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민간인이 대거 희생되면 서방이 과잉 대응을 하다 엄청난 경제적 군사적 부담을 지게 되는 자충수를 두거나 이 과정에서 자국 군인들이 희생되면 여론에 밀려 결국 발을 빼게 된다는 것이다. 또 이로 인해 코너에 몰리게 되는 무슬림 사회에서 인적 물적 자원을 끌어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IS가 위기 때마다 잔혹한 테러를 저지르는 데에는 이런 계산이 깔려 있다. 2003년 알카에다 이라크 지부로 출범한 IS는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생하자 1만여 명의 자국민을 학살한 알아사드 정권에 대한 반대투쟁을 선언하면서 시리아 북동부 영토를 장악했다. 이후 2013년 미군의 이라크 철군 이후 생긴 미군 권력 공백 상태를 노려 이라크 서북부까지 병합했다. 이라크로 전선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에게 굴복하지 않았던 시아파 주민이나 쿠르드족에 대한 잔혹한 참수와 테러를 자행했다. 이후 시리아와 이라크 2개 전선이 정체하자 ‘서방 인질 참수’로 전선을 확대했다. 그러다 최근 영토가 줄자 다시 러시아와 프랑스를 향한 대규모 테러를 감행한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IS는 공포와 야만을 먹고 자라는 불가사리에 가깝다. 당장 ‘파리 테러’로 프랑스 정부는 개헌 카드까지 들고 나오며 과잉 대응에 나서고 있고 서방의 이슬람사회는 소외와 적대의 대상으로 내몰리고 있다. 과연 이것은 IS에 독이 될 것인가, 득이 될 것인가.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is#세계대전#테러#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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