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파산 내몰린 그리스 몸값, 오히려 국제사회서 급등…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7일 17시 31분


코멘트
경제적 파산에 내몰린 그리스의 몸값이 오히려 국제사회에서 급등하는 이상현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요 국가들이 지정학적 강점을 가진 그리스를 지정학적 안보를 이유로 이전보다 오히려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채권단의 협상안에 반대한 그리스의 국민투표 결과에도 불구하고 “협상의 문은 열려 있다”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있는 이유도 여기서 비롯된다.

그리스의 벼랑 끝 전술을 가장 반기고 있는 나라는 러시아이다. 러시아는 그리스를 향해 경제 지원을 약속하며 유럽연합(EU)과 유로존 탈퇴를 부추기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일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에게 강한 지지의사를 밝히며 그리스를 통과하는 천연가스관 설치와 러시아 기업의 그리스 공기업 민영화 참여 등의 미끼를 던졌다. 모두 그리스의 일자리와 세수 확대에 도움이 되는 사업이다.

러시아가 그리스에 ‘러브 콜’을 보내는 이유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균열을 꾀하고 이틈을 타 영향력 확대를 노리기 때문이다. 그리스는 국교가 동방정교회로 러시아와 같다. 만일 그리스를 NATO에서 빼낸다면 러시아의 영향력은 남부 유럽까지 확대될 수 있다. 서방 국가들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실제로 냉전 시절부터 그리스 내 미군 기지는 소련의 팽창을 막는 보루 역할을 담당했었다.

중국도 그리스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4일 중국이 최대 교역상대인 유럽에서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증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그리스 사태에 해결사로 개입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세계에 금융 파워를 확장하는 중국이 대형 인프라 투자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 개발계획) 프로젝트를 해운(海運) 강국인 그리스에서 실현하는 기회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그리스와 중국이 손을 잡으면 중국은 유럽으로 들어가는 창구를 갖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그리스 위기를 ‘유럽의 문제’라며 방관하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유럽의 주요국 정상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그리스가 EU에 잔류하도록 노력해달라”고 요청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6일 그리스에서 투표 결과가 나오자마자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을 수 있도록 타협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놓고 러시아와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리스가 러시아와 손을 잡으면 전선이 발칸반도까지 확장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그리스와 가까운 중동의 안보도 장담할 수 없다. 여기에 중국이 지중해까지 진출하는 상황도 좌시할 수 없다 그리스가 유로존과 EU, NATO에서 탈퇴한다면 지중해 안보가 뚫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7일 주요 외신들은 ‘유로존과 EU가 붕괴되는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유럽 국가들은 그리스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오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유종기자 pe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