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한미군기지에 살아있는 ‘탄저균’ 배달 사고…후속 조치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8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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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살아있는 탄저균을 주한미군 오산기지 등 다른 연구기관으로 보내는 사고가 발생했다. 생물학무기로 사용되는 탄저균은 인체에 침입하면 혈액 내의 면역 세포를 손상시키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어 반드시 죽거나 비활성화된 상태로 옮기도록 규정돼 있다. 살아있는 탄저균은 지난 1년여에 걸쳐 미국 9개 주에도 보내진 것으로 확인돼 관리에 허점이 드러났다.

스티브 워런 미 국방부 대변인은 27일 성명을 통해 “미 유타 주의 군 연구소에서 부주의로 살아있는 탄저균 표본이 캘리포니아와 메릴랜드 등 9개 주로 옮겨졌다. 표본 1개는 주한미군의 오산 기지 내 합동위협인식연구소(ITRP)로 보내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발송된 표본은 미생물 취급 규정에 따라 적절하게 포장된 상태였으며 규정에 따라 파기됐다”고 덧붙였다. 미군 측은 살아있는 탄저균이 오산기지에 도착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언제 얼마나 배송됐는지에 대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주한미군 측은 살아있는 탄저균 표본을 이용해 오산기지 내 ‘합동위협인식연구소(ITRP)’에서 배양 실험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탄저균이 살아있는 상태라는 것을 뒤늦게 확인한 미군 측은 실험에 참가한 요원 22명이 감염됐을 가능성을 우려해 항생제와 백신을 투여하는 조치를 취했다. 주한미군 측은 이날 성명에서 “(조치 후) 현재까지 어느 누구도 감염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주한미군은 북한군이 보유한 탄저균 등 생물무기 공격에 대비해 탄저균 백신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배양 실험도 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날 탄저균이 배송된 연구소에 조사 인력을 파견해 조사하겠다고 밝혀 탄저균에 노출된 사람이 있는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을 보인다. 주한미군 측은 문제의 탄저균 실험 과정과 폐기 처분 방법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실제로 2001년 탄저균이 우편을 통해 미국 정부와 언론에 전달됐으며 우편물을 취급한 집배원 등 5명이 숨진 바 있다. CNN은 “탄저균을 배송 받은 메릴랜드 주의 한 연구소의 신고로 이번 사건이 알려졌다”고 보도해 신고가 없었다면 미군이 이번 사건 자체를 공개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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