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우크라이나의 ‘잔인한 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6일 03시 00분


시리아 내전 발발 4년… 멎지 않는 총성
국민 절반인 1150만명이 난민

《 3월 15일과 16일은 시리아 내전과 우크라이나 사태가 각각 시작된 날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다마스쿠스 유적으로 전 세계 관광객들을 끌어모았던 시리아는 내전이 발발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총성이 멎지 않고 있다. 높은 교육열로 우수한 인재가 많았던 이 나라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4.3%라는 경이적인 경제성장률을 보여 세계를 놀라게 했지만 지금은 어린이와 여자들이 가장 고통받는 땅으로 전락했다. 우크라이나는 또 어떤가. 유럽과 아시아가 만나는 지정학적 요충지에 남한의 여섯 배 면적의 비옥한 토지에서 생산되는 풍부한 농산물과 지하자원을 자랑하던 나라로 한때 유럽 최대의 군사력을 보유했던 곳이다. 하지만 1년간의 내전으로 곳곳이 폐허로 변했다. 총성은 멎었어도 ‘경제 회생’이라는 새로운 전쟁을 마주하고 있다. 》

#1년 전 터키로 피란을 온 시리아 소년 아드만(가명·11)은 학교 대신 공장에 다닌다. 그는 고무장갑도 끼지 않고 하루 종일 그릇에 묻은 화학물질을 제거하는 일을 한다. 몸이 불편한 엄마 대신 생활비를 벌어야 한다. 아빠는 피란길에 숨졌고 큰형은 포탄에 맞아 다리를 절뚝거린다. 아드만의 친구들도 대부분 폐지를 줍거나 거리에서 구걸을 한다.

#의사를 꿈꾸던 시리아 소녀 라나(가명·13)는 최근 아버지의 강요로 결혼을 했다. 상대는 자신보다 15세 많은 요르단 남성. 난민 여성을 노린 성범죄를 걱정한 아버지가 딸을 걱정해 내린 결단이었다. 공부를 곧잘 하던 라나는 전쟁이 뒤바꿔놓은 현실이 아직도 거짓말 같다. 그는 “난민 여성들이 추행을 당해도 사람들은 모른 척한다. 아무도 우리를 보호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시리아는 내전 4년 동안 무려 22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국민의 절반(1150만 명)이 난민으로 전락했다. 시리아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76세에서 56세로 20년이나 짧아졌다.

지난해에는 ‘이슬람국가(IS)’가 득세하면서 내전 발발 이후 치른 희생(7만6000여 명 사망)이 가장 컸다. 더 심각한 문제는 피해자 대부분이 여성과 어린이라는 것. 시리아인권관측소에 따르면 사망자 절반은 민간인이며, 난민의 75%가 여성과 어린아이다. 남성들은 정부군이나 반군단체에 가담하거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시리아에 남는 경우가 많다.

국내외 각지를 떠도는 시리아 여성과 아동의 삶은 비참하다. 극빈 상황에서 이들은 구걸이나 성매매로 내몰리고 있다. 불법 아동노동도 흔한 풍경이 됐다. 난민으로 넘쳐나는 인접국 터키와 요르단인들은 시리아 난민들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이 때문에 더 안전하고 일자리가 많은 유럽으로 불법 입국을 시도하다가 바다에서 목숨을 잃는 난민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 남은 이들의 삶도 힘겹다. 지난달 척추에 포탄 파편을 맞아 병원을 찾은 10대 소년에게 의사는 “척추에 박힌 파편을 제거하면 걸을 수 있다”고 하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내셔널지오그래픽 3월호). 필요한 의료장비가 없어서다. 인권의사회(PHR)에 따르면 내전 4년 동안 의료진 610명이 사망했으며 의료 시설 대부분이 파괴됐다. 시리아에 남은 주민 중 약 500만 명은 구호의 손길이 닿기 힘든 정부군 또는 반군 포위 지역에 있어 외부와 단절된 채 죽어가고 있다. 교육 체계도 마비됐다. 중동에서 교육열이 높기로 유명한 시리아의 학교 4분의 1이 파괴됐다.

하지만 상황은 갈수록 꼬이고 있다. 국제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정부군과 반군 간 대립으로 시작된 구도가 반군 간 갈등, 종파 간 갈등 등으로 복잡하게 얽혀 종전은 요원하다.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은 혼란을 틈타 성장한 IS로 인해 어부지리의 득을 보고 있다. IS의 공격으로 반군 전력이 약화된 데다 미국이 IS에 관심을 쏟으면서 장기적인 정권 유지가 용이해진 것이다.

중동 전문가인 한국외국어대 서정민 교수는 “정부군과 반군을 지원하던 미국과 러시아가 지난해 우크라이나 사태로 대립각을 세우면서 시리아 문제 해결에 대한 대화가 단절됐다. 우크라이나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러시아는 맹방 시리아를 포기할 가능성이 거의 없고 미국은 대선을 앞두고 있어 상황 종료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 우크라이나 사태 1년… 포성 멈췄지만 ▼

경제살리기 더 힘든 전쟁 시작


총성이 멎은 우크라이나에서 새로운 전쟁이 시작됐다. 약 1년간 치열하게 벌어진 내전의 영향으로 화폐 가치는 급락했고 외환보유액도 바닥났다. 상당수의 공장이 파괴돼 경제 회생의 동력까지 잃은 상태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상황을 놓고 ‘우크라이나의 새로운 전장(戰場)은 경제’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3월 16일 크림 자치공화국이 주민투표를 통해 러시아 병합을 결정하면서 본격화된 내전은 지난달 정부와 반군 측이 극적으로 휴전에 합의해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하지만 양측 군대는 여전히 삼엄하게 대치 중이고 경계에선 여전히 포성이 간헐적으로 울리고 있다. 2012년 대규모 보수를 거쳐 우크라이나에서 두 번째로 큰 현대식 공항으로 변모했던 도네츠크 공항은 이제 콘크리트 더미와 철골에 뒤덮여 있다. 하지만 러시아와 반군 측은 병합 1주년을 맞아 16일부터 각종 기념행사를 성대하게 치를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외신들은 반군과의 전쟁보다 ‘경제 살리기’가 우크라이나에 더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는 자국 통화인 흐리브냐화의 가치 급락을 막기 위해 5일부터 기준금리를 기존 19.5%에서 30%로 10.5%포인트 인상했다. 일반적으로 주요 국가들이 0.25%포인트 수준의 미세한 금리 조정을 하는 것과 비교할 때 우크라이나의 다급함이 묻어나는 조치다.

우크라이나의 인플레이션 비율은 공식적으로 28.5%로 추산되지만 WP는 스티브 행키 존스홉킨스대 교수의 분석을 인용해 실제 인플레이션 비율이 272%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2013년보다 15.2% 감소했고 외국인투자가가 자금을 회수해 외환보유액은 거의 바닥 수준인 56억 달러에 머물고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의 대외 국가채무는 300억 달러(약 33조9000억 원)로 GDP의 25% 수준이며 갚아야 할 돈이 올해만 110억 달러(약 12조4000억 원)에 이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우크라이나의 이런 상황을 감안해 11일 이사회에서 175억 달러(약 19조8000억 원)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안을 승인했다. IMF는 50억 달러의 긴급 자금을 곧바로 지원한 데다 세계은행,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유럽투자은행(EIB) 등이 75억 달러를 추가 지원할 것을 시사하기도 했다. 모두 합쳐 4년간 250억 달러짜리 경제회생 프로그램이 가동되는 셈이다. 우크라이나가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질 경우 자금을 빌려준 국가들까지 타격을 입어 유럽 경제에 상당한 악영향을 몰고 올 것을 우려한 선제조치다.

IMF의 지원이 당장 급한 불은 끄겠지만 경제 회생은 요원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당장 긴축정책에 들어가야 하고 통화가치 급락을 막기 위해 금리도 더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오랜 내전으로 생산시설마저 파괴됐다. WP는 “우크라이나가 비록 경제력을 회복한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엄청난 고통을 견뎌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성욱 동아대 교수(국제학)는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수출되는 천연가스의 80%가 통과하는 우크라이나는 양측에서 경제적 실리를 챙기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결국 국가부도 위기에 몰렸다”며 “그 원인으로 옛 소련 붕괴 이후 25년간 민족 분열을 봉합하지 못하고 오히려 권력 창출에 활용한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의 무능과 실책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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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많은 댓글

  • 2015-03-16 12:03:43

    참 알라 신이 머리 아프겠네.시아파를 편들까 수니파를 편들까가 문제로다.알라 신이 통제력을 잃어 버렸나.개뿔이나 신이 어디 있다고 알라신을 이용해서 탐욕을 부리나.산 사람도 해결 못하는데 죽은 사람이 무엇을 해결 하냐 어리 석은 사람들아.종교를 이용해서 권력을 유지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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