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노골적 불만… 한일관계 새 국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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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위안부 도발 아베정권 ‘한국과 기본가치 공유’까지 부정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시정연설에 이어 일본 외무성이 홈페이지에서 한국에 대해 ‘자유와 민주주의, 시장경제 등의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는’이라는 표현을 삭제한 데 대해 한일 외교 전문가 사이에서는 누적된 불만의 표시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한국 법원의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사법 판결, 남수단 탄약 대여 사건, 쓰시마(對馬) 섬 불상 반환 문제, 일본 수산물에 대한 한국의 수입 금지 조치 등이 겹치면서 일본의 악화된 대한(對韓) 감정이 표면화됐다는 것이다.

초점은 이번 사태의 파장이다. 특히 올해는 한일 국교정상화 50년을 맞는 시점으로 양국 간 관계 복원이 어느 해보다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달 하순에는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도 예정돼 있다. 이런 시점에 일본이 한국과의 가치관 공유를 부정하는 것은 동북아 외교 지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일본은 한국을 중국과 차별화하는 개념으로 “가치관을 공유한다”고 표현해 왔기 때문이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연구소장은 “한일 관계의 출발점은 기본적 가치를 공유한다는 것이다. 그걸 부정한다는 것은 한일 협력의 기본 바탕을 흔드는 것으로 큰 문제”라고 말했다.

아베 정권이 “가치관이 다르다”는 수식으로 한일 관계 파탄의 책임을 한국에 떠넘기며 우경화 흐름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전 외교통상부 동북아국장)는 “일본이 점차 외교 융통성이 없어지고 있다. 한국에 대해선 앞으로도 계속 할 말을 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고, 그런 행동은 점차 증폭될 것이다. 또 올해 발표할 아베 담화에서 분명한 자기 색깔을 내려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건이 일본의 아시아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흔들기 위한 ‘명분 쌓기’용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태도도 변수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최근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의 ‘과거사 봉합’ 발언이 그냥 나온 것은 아니다”라며 “미일 간에 ‘한국이 중국으로 기울고 역사 문제에 집착한다’는 시각이 공유되고 증폭되는 측면이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 언론은 이번 사태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 정부의 가토 다쓰야(加藤達也)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기소와 연결하는 분위기다. 아사히신문은 4일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의식 변화가 배경에 있다”며 “산케이 지국장 기소가 표현 삭제에 영향을 미쳤다”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지난해 말 도쿄에서 열린 한일 전문가 세미나에 참석한 한 한국 학자는 “일본 국회의원들이 전 산케이신문 지국장 기소와 관련해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 맞느냐, 언론의 자유가 있느냐’고 너무 도전적으로 질문해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와 외무성이 한국에 대한 표현을 바꾼 것은 일본 상층부의 험해진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내부에서는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 유력 언론 한반도 담당 논설위원은 “불만의 표시로 보면 된다. 한국과의 근본 관계에 자신이 없으면 그런 표현을 삭제할 수 없다. 믿는 구석이 있으니 삭제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도쿄=배극인 bae2150@donga.com·박형준 특파원
#불만#한일관계#아베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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