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강경파 득세… 또 전쟁 치르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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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유대민족 국가기본법 갈등, 네타냐후 연정 파기… 조기 총선
팔, 하마스-파타 통합정부 붕괴

‘중동의 화약고’로 불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갈등이 또다시 고조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양측 모두 강경파와 온건 중도파의 협력을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중도파가 밀려나고 강경파만 득세한다면 다시 전쟁이 일어날 상황으로 밀려들어갈 수 있다.

이스라엘의 강경파인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2일 중도파 연정 파트너 각료 2명을 해임하고 조기총선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전국에 방송된 TV 연설에서 “연정 파트너였던 야이르 라피드 재무장관과 치피 리브니 법무장관이 도를 넘어 정부 정책에 반대했다”며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유대인 국가이자 민주국가’였던 이스라엘의 정체성을 ‘유대민족의 국민국가’로 바꾸려는 ‘유대민족 국가기본법’을 추진하면서 중도파와 갈등을 빚어왔다. 이 법은 아랍계 이스라엘 국민을 차별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 민주주의 훼손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팔레스타인에서도 강경파와 온건파의 내분이 심화되는 가운데 통합정부가 사실상 붕괴됐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1일 “통합정부의 권한이 2일로 끝난다”며 “통합정부를 연장할지 새로운 정부를 구성할지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07년부터 팔레스타인 요르단 강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를 각각 분할 통치하며 갈등을 빚어온 온건파인 파타와 강경파인 하마스는 6월 통합정부를 구성했다. 통합정부 아래서 총선과 대선을 치를 계획이었지만 이날 하마스가 통합정부 시한 종료를 선언하면서 물거품이 됐다.

하마스와 파타의 갈등은 최근 최고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7일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파타 소속 원로 인사들에 대한 폭탄 테러의 배후로 하마스가 거론될 정도다. 이 때문에 새로운 통합정부 구성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에서 모두 강경파가 득세하는 것은 올 8월 양측의 전쟁이 애매한 상태로 봉합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막대한 예산으로 전쟁을 치르고도 하마스를 붕괴시키지 못한 것은 중도파 때문”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팔레스타인에서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대한 적개심을 부추겨 파타보다 더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강경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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