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 저승사자마저 “北과 대화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오바마 1기 北제재 주도 아인혼 “전략적 인내정책 결국 실패”
자누지-보즈워스 이어 3번째 반기

“북한과 다시 관여(engagement)해야 할 좋은 이유들이 있다. 완전한 비핵화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단기적으로 북한의 대남, 대미 도발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미국을 위협하는 북한 핵 프로그램을 제한할 수 있고 외교적 단결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직접 접촉을 통해 북한의 생각이 무엇인지 통찰을 얻을 수도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1기의 대북 제재 정책을 주도해 ‘저승사자’로 불렸던 로버트 아인혼 전 미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현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가 3일 내셔널 인터레스트 기고를 통해 북한 문제를 다시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구체적인 대안으로 “미국이 북한과의 예비적 양자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인혼 연구원의 주장은 1993년 제1차 북한 핵 위기가 터진 이후 20년이 넘도록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의 연장선이다. ‘북한과 대화해야 할 이유 그리고 대화를 통해 해야 할 일’과 같은 주장으로 전문가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집권 말기로 접어드는 오바마 행정부에 주는 충격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 전 대북정책을 입안했던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소장, 1기 대북 정책을 수행했던 스티븐 보즈워스 전 대북정책 특별대표(현 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소장)에 이어 ‘전략적 인내’ 정책에 공개적으로 등을 돌린 세 번째 ‘오바마 사람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자누지, 보즈워스 소장과 마찬가지로 아인혼 연구원도 ‘전략적 인내’ 정책이 실패했다고 단언했다. 전략적 인내 정책은 이전의 다른 정책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고 2011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과 아들 김정은의 승계 과정에서 북한 핵 문제는 더 악화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북-미 대화의 출발점으로 2012년 ‘2·29합의’를 제시하면서 미국은 예비적 대화를 통해 북한이 비핵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조치들을 못 박고 시간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시 시작된 대화에서 북한은 영변 핵단지 이외에서 진행 중인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국제사회에 신고하고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아인혼 연구원의 주장은 현재로서는 실현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핵개발 완성 단계를 눈앞에 둔 북한은 핵개발 카드를 미국과 흥정할 생각이 없는 듯하다. 미국 역시 북한이 대화를 통해 핵개발 시간을 벌고 인도적 지원 등 경제적 이익을 챙기는 과거의 패턴을 답습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각오가 단단하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북한#아인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