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위 계승 2순위 놓고 사우디 ‘왕자의 난’ 조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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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둘라왕, 막내 무끄린 지명하자 연장자 아흐메드 반발
무끄린, 대중인기에 개혁성향… 보수성향 왕실 反무끄린 기류
“형제계승 원칙 깨자” 주장도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왕자의 난’ 조짐이 일고 있다. 사우디에서 왕위 계승을 둘러싼 갈등이 심해지면 국제 원유 공급에도 그 여파가 미칠 수 있어 국제 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8일 “왕위 계승 서열 2순위로 ‘깜짝 지목’된 무끄린 빈 압둘아지즈 왕자가 급부상하면서 사우디 왕실이 흔들리고 있다”며 “형제 가운데 연장자에게 왕위가 계승되던 전통이 무시됐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WP는 왕실 일부에서는 더이상 왕위를 형제에게 계승하면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와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사우디는 이븐사우드 초대 왕(재위 1932∼1953년)이 아들인 사우드(재위 1953∼1964년)에게 왕위를 물려준 이후 지금까지 ‘형제 계승’의 원칙을 지켜왔다. 초대 왕의 아들은 35명 정도로 파악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이미 5명이 왕위에 올랐다. 왕자 3명은 여전히 기회를 노리고 있다.

현재 왕인 압둘라 왕은 2005년 왕위에 올랐고 현재 91세다. 압둘라 왕을 이을 서열 1순위는 살만 왕세제(78)다. 하지만 그는 2010년 척추 수술을 받는 등 건강이 좋지 않다. 자연스럽게 서열 2순위에 관심이 쏠린 상황에서 압둘라 왕은 3월 아흐메드 왕자(74)와 무끄린 왕자(69) 중 ‘연장자 우선 원칙’을 깨고 무끄린 왕자를 2순위로 지목했다.

무끄린 왕자는 현재 왕의 이복형제지만 왕이 가장 아끼는 동생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제2부총리에 임명됐으며 2005∼2012년 사우디 정보국 국장도 지냈다. 청년 시절에는 영국에서 전투기를 조종하기도 했다. 대중적 인기도 가장 높으며 개혁 성향도 강하다. 그는 트위터를 애용하며 팔로어도 170만 명에 이를 정도다.

이 때문에 보수적 성향이 강한 사우디 왕실에서 ‘반(反)무끄린’ 기류가 돌고 있다. “무끄린 왕자의 어머니가 왕실 하녀였다. 무끄린은 왕이 될 자격이 없다”는 소문까지 나돈다. 특히 압둘라 왕 아래서 내무장관까지 지냈지만 경쟁에서 이복동생에게 밀린 아흐메드 왕자의 반발이 가장 크다. 아흐메드 왕자는 살만 왕세제가 왕이 되면 자신이 서열 1순위가 될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주장하고 있다.

한편 왕실 일부에서는 왕위를 형제에게 계승하는 원칙을 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형제에게 왕위가 계승되면서 지나치게 고령인 왕이 사우디를 통치하게 돼 국가 전체가 활력을 잃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미 살만 왕세제의 아들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자가 국무장관으로 임명되면서 정치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 무함마드 왕자의 국무장관 임명은 초대 왕의 손자 세대가 부상하고 있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사우디아라비아#압둘라 왕#무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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