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찌른 오바마… 에어포스원, 中방공구역 통보없이 통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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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말레이 순방길에 지나

한국 방문을 마치고 26일 말레이시아로 향하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전용기 에어포스원이 중국이 지난해 11월 선포한 동중국해 중국 방공식별구역을 통과했다. 아무런 사전 통보가 없었다는 점에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반박한 행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이는 중국에 대한 견제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절묘하게 보여준 대목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아시아 순방을 통해 동중국해 영토 분쟁이 발생하면 공동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일본에 확인해 줬다. 이어 필리핀과 방위협력협정을 체결함으로써 남중국해에서의 군사력 확대 교두보까지 마련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필리핀 순방에 맞춰 볼테르 가즈민 국방장관과 필립 골드버그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는 28일 마닐라 북부 아기날도 기지에서 방위협력 확대 협정에 서명했다. 중국과 필리핀 등 남중국해 인근 국가들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면 미군의 필리핀 내 군사기지 접근을 확대한다는 내용으로 10년 기한이며 필요에 따라 연장할 수 있게 했다.

미군은 필리핀 상원이 1991년 군사기지 조차(租借) 기간 연장 법안을 부결하자 다음 해 철수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협정은 오바마 대통령 아시아 순방의 가장 실질적인 조치가 될 것이지만 중국이 남중국해에서의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반대해왔다는 점에서 중국을 화나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미군이 여기(필리핀)에 있으며 중국을 주시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베이징(北京)에 보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석간 파즈(法制)만보도 28일 “23년 전 식민지에 주둔했던 미군에 공항 항만 등을 내준 것은 늑대를 다시 방에 들이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일본 필리핀 등과의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과 가까운 해역에 항공모함을 파견하는 등 군사적 대응방안도 준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미 태평양사령부는 지난해 중국의 일방적인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를 계기로 군사적 대응책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러시아의 크림 반도 합병 이후 중국의 도발을 우려하는 아시아 우방들을 고려한 것으로도 보인다. 여기에는 B2 스텔스 폭격기를 중국 인근에 띄우거나 대만해협 등에서 항공모함 전력을 동원해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이는 방안이 포함됐다고 전현직 관리들은 전했다.

한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9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독일 영국 등 유럽 6개국을 순방해 ‘적극적 평화주의’ 등을 설명한다고 아사히신문이 26일 보도했다.

적극적 평화주의는 일본이 자위대 활동 범위를 확대해 국제안보 분야에서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지만 일본의 군비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자아낸다. 결국 아베 총리의 유럽 방문은 오바마 대통령의 적극적인 안보 지원 약속에 힘입어 일본의 군사력 증강이 타당하다는 것을 대외에 홍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워싱턴=신석호 kyle@donga.com
베이징=구자룡 / 도쿄=박형준 특파원
#말레이시아#중국#오바마#영유권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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