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이면 밝히려… 戰場 어디든 그녀가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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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아만푸어’ CNN 종군 여기자 데이먼 맹활약

크리스티안 아만푸어의 뒤를 잇는 뛰어난 종군 여기자라는 평가를 받는 아르와 데이먼 CNN 기자. 사진 출처 CNN
크리스티안 아만푸어의 뒤를 잇는 뛰어난 종군 여기자라는 평가를 받는 아르와 데이먼 CNN 기자. 사진 출처 CNN
“전쟁터의 총탄은 여자라고 봐주지 않는다. 남자 기자들과 똑같이 목숨 걸고 취재한다.”

총알이 빗발치는 최전선을 누비는 CNN의 종군 여기자 아르와 데이먼(36)이 미국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 1년간 시리아 이라크 이집트 터키 남수단 등 6, 7개 분쟁지역을 찾아 생생한 현장의 모습을 전달했다. 지난해 외국 언론이 현지에 접근할 엄두를 내지 못하던 시리아 내전 때는 인근 레바논 국경을 거쳐 들어간 뒤 민간인 대량학살 사태를 가장 먼저 보도한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는 갈등이 높아지는 우크라이나 크림자치공화국에서 취재 중이다. 그는 미국 여기자로는 처음으로 국제인권단체 옥스팜이 수여한 언론상을 6일 받았다.

데이먼은 크리스티안 아만푸어의 뒤를 잇는 종군 여기자라는 평을 받는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많다. 아만푸어는 이란계, 데이먼은 시리아계로 둘 다 이슬람계다. 모두 CNN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고 전쟁 취재로 유명해졌다. 아만푸어는 1991년 걸프전에서 명성을 날렸고 데이먼은 2003년 이라크전에서 이름을 알렸다. 이슬람 혈통을 자랑스러워하는 데이먼은 아랍 문양의 체크 스카프를 두르고 카메라 앞에 선다.

그가 기자가 된 사연은 아만푸어보다 더 극적이다. CNN에서 인턴 생활을 하며 차근차근 경력을 쌓은 아만푸어와 달리 데이먼은 기자 경력이 전무한 상태에서 이라크전에 뛰어들었다.

데이먼은 1949년 시리아 군사 쿠데타로 처형당한 무신 알바라지 전 총리의 외손녀로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태어났다. 외국학교 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터키와 모로코에서 살다가 미국으로 돌아와 뉴욕 스키드모어대를 졸업했다. 졸업 후 의류업체의 평범한 회사원으로 일하던 중 이라크전이 터지자 무작정 짐을 쌌다.

그는 10일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9·11테러 후 미국의 반(反)이슬람 정서가 최고조에 이른 상태에서 이라크전을 왜곡 없이 전하겠다는 사명감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라크에서 소속 언론사도 없이 프리랜서로 일하던 그는 CNN 종군 기자로 유명한 피터 아넷의 눈에 띄면서 정식 기자의 길에 들어섰다. 유창한 아랍어 터키어 프랑스어 실력이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 2006년 CNN에 정식 입사해 5년 만에 특파원들이 탐내는 레바논 베이루트 지국장 자리에 올랐다.

미혼인 데이먼은 종군 기자 생활에 대해 “내일은 어느 곳에 있을지 나도 모른다. 취재 명령을 받은 지 1시간 만에 짐을 싸 공항에 나갈 준비태세를 언제나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종군 기자의 가장 큰 임무는 살벌한 전쟁을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 뒤에서 신음하는 주민들의 고통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자신만의 취재철학을 강조했다.

데이먼은 “내 자신을 종군 여기자가 아니라 그냥 종군 기자라고 생각한다. 전장에서 여성이라는 사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전장에서 여기자로 가장 힘든 것은 “화장실 문제”라며 “총을 든 군인들로 가득 찬 트럭 뒤에서 병에 소변을 본 적이 여러 번 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전쟁#CNN 종군 여기자#아르와 데이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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