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法에 선 에어리오, 숨죽인 美 방송업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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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TV 수신해 실시간 서비스… 美연방대법원 저작권법 심리 착수
4월 판결예정… 지각변동 예고

‘방송 생태계를 교란하는 해적 방송이냐, 첨단기술의 혁신이냐.’

최근 미국 방송계의 최대 관심사인 인터넷 방송 에어리오(Aereo)의 운명이 연방 대법원에서 판가름 난다. 대법원이 에어리오의 손을 들어주면 60년 넘게 지상파 방송이 지배해 온 미국 미디어 방송 업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1일 연방 대법원이 에어리오가 저작권법을 위반했는지에 대한 심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에어리오가 승소하면 CBS그룹, 21세기폭스, 월트디즈니(ABC), 컴캐스트(NBC) 등 미국 방송업계를 장악하고 있는 대형 방송그룹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미디어 업계의 거물인 배리 딜러 전 폭스TV 사장이 2012년에 시작한 에어리오는 현재 미국 10개 도시에서 영업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을 안테나로 수신해 실시간으로 가입자에게 인터넷으로 보내 준다. 에어리오는 스마트폰, 컴퓨터, 인터넷TV를 통해 볼 수 있고 인터넷 저장 창고인 클라우드를 이용한 녹화 서비스도 가능하다.

에어리오 서비스는 가입자들이 원하는 TV 프로그램만 찾아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용료가 싸다는 것이 장점이다. 월 이용료가 8∼12달러로 월 30∼100달러인 케이블 이용료보다 훨씬 싸 개시 1년 만에 가입자 3000만 명을 확보할 정도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 미국 TV 시청자의 80%는 케이블 위성 등 유료 방송을 통해 지상파 방송을 시청한다. 이에 대한 대가로 지상파 방송이 유료 방송으로부터 받는 재전송료는 총수입의 60%에 육박한다. 에어리오의 등장으로 재전송료 수입을 위협받게 된 지상파 방송들은 뉴욕 워싱턴 로스앤젤레스 보스턴 등에서 ‘에어리오는 방송 저작물을 무단 도용하는 해적 방송’이라며 저작권법 위반 소송을 냈다. 에어리오는 ‘우리는 무료인 지상파 주파수를 안테나를 통해 수신한 것이므로 위법이 아니다’라고 맞섰다. 지난해 4월 뉴욕 연방 항소법원은 에어리오의 주장을 받아들여 저작권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결했고 지상파 방송들이 이에 불복해 이 사건이 대법원까지 올라간 것이다.

대법원의 에어리오 판결은 올 4월로 예정돼 있다. 지상파 방송들은 대법원에서 패하면 지상파를 포기하고 케이블 채널로 변신하겠다고 공언할 정도로 위기감은 절대적이다. 에어리오 유사 서비스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케이블 방송사들이 에어리오와 비슷한 안테나 방식으로 전환해 재전송료를 내지 않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에어리오#미국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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