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원폭 7000발分 플루토늄 쌓여… 美, 감축 압박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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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토늄 재활용 원전4기 가동 중단, 핵연료 재처리공장 가동땐 더 축적
美, 핵무기 원료 전용 가능성 우려

일본이 나가사키(長崎)급 원자폭탄을 5000∼7000발 제조할 수 있는 플루토늄 44.3t을 국내외에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아오모리(靑森) 현 롯카쇼무라(六ヶ所村)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공장을 본격 가동하면 공장 가동연수인 40년간 매년 8t의 플루토늄을 추출해 총 320t의 플루토늄을 추가 보유하게 된다. 이는 나가사키급 원폭 5만 발을 제조할 수 있는 양이다. 이런 가운데 플루토늄을 연료로 재활용해 소비한다는 일본의 원전 정책은 아무런 진전이 없어 대책 없이 플루토늄만 쌓여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은 원래 재활용 연료로 추출한 플루토늄을 독자 개발 중인 몬주 고속증식로에서 대부분 소비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고속증식로는 1991년 완공 이후 각종 기술적 결함을 노출하며 20년 넘게 가동을 못하고 있다. 일반 원전에서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섞어 만든 재활용 핵연료인 혼합산화물(MOX)을 연료로 소비할 수 있는 플루서멀(Plu-thermal) 발전 방식을 채택한 원전 4기도 동일본 대지진 이후 모두 가동을 멈췄다.

이 때문에 플루토늄이 국내외에 44.3t이나 쌓였지만 일본 정부는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롯카쇼무라 재처리공장까지 본격 가동할 태세다. 각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 여력이 바닥난 데다 아오모리 현이 롯카쇼무라에 쌓인 사용후핵연료를 각 원전에 반납하겠다고 으르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니치신문은 지난해 9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당시 정권이 미국 에너지부 대니얼 폰먼 부장관에게 “플루서멀 발전을 재개하겠다”고 몰래 약속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이날 보도했다.

미국 측이 핵무기 원료로 쓰일 수 있는 플루토늄 보유량을 줄일 것을 압박한 데 따른 것으로 플루서멀 발전 방식을 16∼18기로 확대해 미국에서 승인 받은 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유지하려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간사이(關西)전력은 이르면 27일 프랑스에서 위탁 생산한 MOX를 반입한다. 일본이 해외에서 MOX를 반입하기는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처음으로 이를 보관해 온 프랑스가 조기 반출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간사이전력은 배로 반입한 MOX를 후쿠이(福井) 현 다카하마(高濱) 원전에서 사용하기 위해 다음 달 초 정부에 재가동을 신청할 예정이다. 플루서멀 발전 방식을 채택한 다카하마 원전 3호기는 지난해 2월 정기검사를 이유로 가동을 중단했다.

하지만 원전이 위치한 지방자치단체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MOX를 사용하면 보통 핵폐기물보다 훨씬 강한 방사능을 지닌 폐기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은 “일본의 플루토늄 보유량은 핵무기 비보유국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많은 양”이라며 “이 이상 보유량이 늘면 국제사회의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플루토늄#원전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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