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6대 교황 프란치스코]요리 직접 하고 버스로 출퇴근하는 ‘가난한 자들의 아버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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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교황으로 선출된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은

‘가난한 자들의 아버지.’ ‘겸손과 청빈의 대명사.’

기도와 고행을 통한 삶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온 교황 프란치스코는 이렇게 불린다. 가난한 보통 사람들과 어울려 살면서 몸으로 직접 복음을 실천해 온 성직자라는 평을 듣는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대교구장에 오른 뒤에도 관저가 아닌 작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자동차나 운전사도 두지 않고 사제복을 입고 버스와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한다. 요리도 자신이 직접 한다. 자신이 가장 아끼는 사제는 빈민촌에서 주로 일하는 사제들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한다. 교황청을 방문하기 위해 바티칸에 와도 시내의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한다. 그는 평소 신자들에게 로마의 교황청을 방문하기보다 그 돈으로 빈자들에게 기부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1936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이탈리아를 떠나 이민 온 철도 노동자의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원래 화학기술자가 되려고 했으나 스물두 살이던 1958년 예수회에 입문해 수도사의 길을 걸었다. 산미겔 산호세대에서 철학을 전공했으나 1970년대 후반까지 지방을 돌며 사목 활동을 했다. 독일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에도 능통하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교황에 선출된 후 첫 ‘발코니 연설’에서 자신을 교황이 아닌 ‘주교’로 부른 것처럼 앞으로도 낮은 삶을 사는 동시에 로마 주교로서 다른 주교들과 동등한 자세로 임하겠다는 뜻을 보여줬다.

그는 2005년 콘클라베(교황 선출 회의)에서는 4번의 투표를 거쳐 교황으로 선출된 베네딕토 16세(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에 이어 줄곧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콘클라베를 앞두고 교황으로 선출되기 전까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그가 아직 건강하지만 나이가 76세로 많고 10대에 감염증으로 폐 한쪽을 잘라내 전 세계를 다녀야 하는 교황의 격무를 해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 등도 작용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고령과 건강을 이유로 자진 사퇴한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선출될 당시 78세였다.

그런데도 추기경단이 젊은 인물이 아니라 교황 프란치스코를 예상보다 빠른 5차례 투표 만에 선출한 이유는 무엇일까. 비리와 추문으로 얼룩진 교황청 안팎에 대한 신뢰 회복이 그만큼 절실했다는 게 AP통신의 분석이다. 이를 위해 ‘절제와 금욕, 복음’ 등 가톨릭의 핵심가치에 가장 충실하면서 명망이 높은 사람을 뽑았다는 것이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교회의 기본 정신은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인 복음을 전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초창기 교회의 기본적인 가르침에 충실하게 사는 것만이 바른 해법이라고 주장해왔다. 교황청의 조직이나 운영이 복음 전파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이를 위한 쇄신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그의 신념에 따른 것.

하지만 그는 다른 교황 후보자들과 달리 교황청에서 고위직을 맡은 적이 없다. ‘교황청의 아웃사이더’에 가까운 셈이다. 따라서 전 세계 12억 가톨릭 신자를 관할하면서 ‘화려하고 방대해진’ 교황청 조직과 행정을 개혁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가톨릭교회에서 가르치는 희생과 봉사의 정신을 몸소 실천했으며 교회의 대중화를 이끈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뉴욕타임스는 ‘아웃사이더의 큰 도전’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현장 사목에 힘써 온 교황 프란치스코는 전형적 학자 타입인 전임 베네딕토 16세의 대척점에 서 있다면서 “따뜻한 목자 같은 인물로 의사소통을 잘하기 때문에 교회 교리를 크게 바꾸지 않고도 교회의 당면한 어려움을 잘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의 조국 아르헨티나의 민주화와 인권 운동을 탄압했던 군부독재 치하에서 예수회를 이끌면서 “비(非)정치화를 견지하라”는 지침을 내려 결과적으로 가톨릭교회가 군사정권과 손잡고 독재에 눈감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가톨릭계의 지지가 없었다면 군사정권이 그처럼 마음대로 독재를 휘두를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프란치스코의 전기 작가는 말했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교구 책임자로서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독재정권이 박해하던 사람들을 돕지 않고 ‘비겁하게 외면했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1970년대 라틴아메리카에서 독재에 저항해 일어난 좌파 성향의 해방신학에 거리를 둬 진보적인 교회 인사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바티칸시티=이종훈 특파원·백연상 기자 taylor55@donga.com
#교황#프란치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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