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환율 개입 자제” 원칙론… 아베노믹스에 면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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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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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무장관회의 공동선언, 엔低 언급없이 폐막

“자국(自國)의 통화 가치를 경쟁적으로 떨어뜨리는 것을 자제하자. 환율을 경쟁 우위 확보 수단으로 삼지 않겠다. 정부가 환율에 개입하면 안 된다.”

16일(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막을 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는 정부의 환율 개입에 반대하는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노골적 엔저 정책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시장은 “기존 원칙을 재확인하는 수준으로 G20 회의가 일본에 면죄부를 줬다”고 평가하며 엔화 가치가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 G20 “환율전쟁 자제”… 엔저 언급 없어

이번 회의에서 G20 재무장관들은 양적완화 등 회원국의 국내 정책이 다른 회원국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최소화하기로 합의했다. 2010년 경북 경주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합의한 일반 원칙을 재확인한 수준이다.

이는 지난달 23∼27일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이 아베노믹스의 성토장이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당시 주요 인사들은 “G20 국가들 사이에서 일본이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번 G20 회의에서 주요 7개국(G7) 인사들은 일본의 엔저 정책을 용인하는 태도를 취했다. 일본의 경제 회복이 세계 경기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됐다.

회의에 참석한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일본 경제가 신속히 회복하는 게 세계 경제에도 긍정적일 것”이라며 “각국에 아베노믹스에 대한 이해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환율전쟁 논란은 과장됐다”고 말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미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양적완화를 했는데 일본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 엔화 가치 더 떨어져 신흥국 부담 가중

G7을 제외한 13개국은 대체로 일본의 엔저 정책을 견제하고 나섰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회의에서 일본을 겨냥해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며 “양적완화에만 의존하는 건 중장기적으로 큰 비용을 치르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엔저 현상을 지지한 것과 관련해 “기축통화국의 정책이나 발언은 파급 효과가 크므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최근 엔저 현상과 함께 아시아 통화의 변동성이 빠르게 확대돼 우려된다”고 말했다.

주광야오(朱光耀) 중국 재정부 부부장도 “주요 선진국은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신흥국에 미칠 파급 효과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페르난도 아포르텔라 멕시코 재무부 부장관은 “이번 성명은 환율전쟁을 막기 위한 조치이지만 해당국의 정책 변화를 가져올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G20 회의의 합의 내용이 기존 원칙을 재확인하는 선에 그쳐 엔화 가치가 추가로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일본 시장분석가들은 달러당 엔화 가치가 92.9엔(15일 기준)에서 95엔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멜론뱅크 런던지점의 통화전략가인 닐 멜러 씨는 “일본에 대한 직접 제재가 없다는 점에서 시장은 G20 공동성명을 계속 엔화를 팔아 치우라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신흥국의 반발 등을 감안해 엔화 가치의 하락 속도는 다소 느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유영 기자·뉴욕=박현진 특파원·세종=유성열 기자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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