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따뜻하게 ‘코리아 스타일 원조’]<3> 방글라데시의 BKIICT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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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강국 코리아 노하우 전수… ‘디지털 방글라데시’ 토대 닦아

방글라데시 다카의 한국정보통신기술연구소(BKIICT) 내 교육장에서 늦은 시간까지 수강생들이 학구열을 불태우고 있었다. 입구에 태극기와 방글라데시 국기가 나란히 붙어 있다(작은 사진). 다카=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방글라데시 다카의 한국정보통신기술연구소(BKIICT) 내 교육장에서 늦은 시간까지 수강생들이 학구열을 불태우고 있었다. 입구에 태극기와 방글라데시 국기가 나란히 붙어 있다(작은 사진). 다카=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한 정보기술(IT) 회사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근무하는 무함마드 알엠란 씨(32). 그는 1주일에 4차례 근무가 끝나자마자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컴퓨터 수업을 듣는다. 좀 더 전문적인 IT 지식을 익혀 자신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것이다.

그가 근무 뒤의 피곤도 잊고 컴퓨터 수업을 듣기 위해 찾고 있는 곳은 ‘방글라데시·한국정보통신기술연구소(BKIICT)’. 이곳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방글라데시의 기초 IT 역량 강화를 위해 2003∼2004년 100만 달러를 무상원조해 설립한 곳이다. 공무원과 교사뿐 아니라 일반인 대상으로 16개 과정이 개설돼 있으며 3만5000∼5만 타카(약 48만1600∼68만8000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수업을 들을 수 있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그는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웠다. 4년 전 독일의 지원으로 설립된 ‘방글라데시 독일기술훈련센터(BGTTC)’에서 그래픽 디자인 기술을 배운 것이 인연이 돼 지금의 직장을 구했다. 일을 하면서 자신의 전공인 물리학과 IT를 접목하는 전문적인 기술을 익히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새로운 인생 계획을 시작하며 알엠란 씨가 생각해 낸 것은 한국에서 운영하는 훈련센터를 찾는 것이었다. 독일기술훈련센터에서 교육받을 때 IT로 세계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한국과 수준 높은 IT 지식을 가지고 있던 한국인 강사가 너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강의를 듣는 곳에 한국인 강사는 없지만 한국의 지원으로 설립됐다는 것만으로도 신뢰가 갔다”고 말했다. 그는 고급 과정인 ‘준석사 과정’에 등록해 꿈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10월 방문한 BKIICT에서는 교실마다 15명 안팎의 수강생들이 늦은 시간까지 수업을 듣고 있었다. 입구에는 태극기가 방글라데시 국기와 나란히 붙어 있다.

BKIICT에서 자문단원으로 활동하는 신보호 씨(55)는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한국인 못지않게 배우려는 열의가 아주 높다”며 “내가 알고 있는 IT 지식과 노하우를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 지원받는 나라에 맞춤형 IT 원조

BKIICT는 IT 분야에서 노하우를 가진 한국이 IT 강국을 꿈꾸는 방글라데시에 선사한 ‘선물’이다.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는 2008년 ‘디지털 방글라데시’를 구현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IT 분야의 인프라와 인적자원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2021년까지 이 목표를 완수한다는 계획이다.

방글라데시컴퓨터위원회(BCC)는 BKIICT를 벤치마킹해 이미 전국에 7개 교육센터를 설립했다. 이들 교육센터에서 교사로 활약할 인력을 양성하는 것 역시 BKIICT의 임무다.

KOICA는 방글라데시의 꿈인 ‘디지털 방글라데시’ 구현을 돕기 위해 IT 교육 사업을 중점적으로 돕고 있다. KOICA는 방글라데시 교육부 교육정보통계국(BANBAIS)에 훈련센터를 설립하고 초중고 교사 약 60만 명의 IT 교육을 돕고 있다. 또 내무부 공공행정부 등 정부 부처의 IT 교육과 전산시스템 구축 사업도 지원하고 있다.

KOICA 방글라데시사무소 김복희 소장은 “한국은 인적자원에 집중 투자해서 경제발전을 이룬 대표적인 나라”라며 “여기에 IT 최강국으로 성공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현재 방글라데시가 필요로 하는 원조를 가장 적절하게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BCC의 즈나넨드라 비스와스 차관보는 “방글라데시 전산화 부문에서 가장 부족한 것이 IT 인력”이라며 “방글라데시는 인건비가 저렴해 아웃소싱에 강점이 있는 만큼 젊은 세대의 IT 교육을 통해 현재 이 분야 아웃소싱 강국인 인도를 넘어서는 IT 아웃소싱(ITO) 강국으로 우뚝 서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는 무상원조와 유상원조를 각각 외교통상부 산하 KOICA와 기획재정부 산하 대외협력기금(EDCF)이 나눠서 집행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한국의 유무상 원조를 최적으로 활용해 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KOICA가 무상원조로 지어 준 BANBAIS 훈련센터를 모델로 삼아 한국의 유상원조인 EDCF 자금을 이용해 2014년까지 전국 128곳에 IT 교육센터를 지을 계획이다.

○ 아직 갈 길 먼 원조 선진국

2009년 11월 한국이 원조를 받던 나라로는 처음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한 후 국내에서 ODA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각 정부 부처가 개별적으로 추진하는 사업도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 집행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조언도 나온다. 방글라데시 해외 원조 수원총괄기관인 재무부 산하 대외협력청(ERD)에서 한국 분야를 담당하는 타즈케라 카툰 씨는 “방글라데시를 도와주려는 한국의 기관이 늘어나면서 각 기관의 원조 집행 방식이 서로 달라 사업 진행에 애로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점까지 고려해 지원한다면 원조 분야에서도 한국은 세계 최강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카=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방글라데시#다카#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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