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총리고질 ‘관저병’ 막아라” 아베 자문역 7인 ‘정책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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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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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집권땐 한명도 안둬 정보차단-리더십 고립 실감
학자-前관료 관저 함께 근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7명의 ‘내각관방참여(參與·이하 참여)’를 임명한 것은 총리가 정보의 섬에 갇혀 고립되는 ‘관저병(官邸病)’을 예방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 ‘관저’는 총리집무실이 있는 건물을 뜻한다. 내각관방참여는 비상근 총리 자문역으로 주로 학자와 전직 관료들이다.

아베 총리는 2006년 1차 집권 때는 참여를 한 명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방침을 바꾼 것은 민주당 정권의 실패에서 얻은 교훈 때문이다. 그 자신도 2001년 관방부장관 시절부터 이번이 네 번째 관저 근무로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는 게 일본 언론의 보도다.

관저병은 정치 주도를 앞세운 민주당 정권에서 특히 심했다. 민주당 초대 총리를 지낸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는 “정말 고독했다”고 회고했다. 같은 담 안에 있는 총리 숙소에서 관저에 출근한 뒤 집무실에 앉아 하루 종일 각 성청(부처)의 보고에 파묻혀 있다 보면 심각한 정보 편식과 결핍에 빠지고 만다는 것이다.

총리와 관료의 불신이 ‘고립된 리더십’을 초래한 사례도 있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 보좌관을 지낸 마부치 스미오(馬淵澄夫) 전 국토교통상은 최근 발간한 책에서 “5층의 총리집무실과 지하의 위기관리센터 간에도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다. 한 편의 코미디 영화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총리가 부지불식간에 관료들에게 세뇌당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무성에 세뇌당해 소비세 인상을 추진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대표 사례라는 것이다.

아베 총리가 관저병 예방을 위해 임명한 참여는 당장 경제와 외교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아베노믹스가 재정건전성을 주장하는 재무성과 결별해 대담한 금융완화에 나서고 있는 것은 국제금융 분야 참여인 하마다 고이치(濱田宏一) 예일대 교수의 조언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외교 분야 참여인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전 외무성 사무차관은 아베 총리가 대중국 포위망 구축을 위해 동원하고 있는 ‘가치관 외교’의 창안자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아베#관저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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