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팡주말 기자 파업… 필화사태로 번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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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지지시위 벌이고 런민일보는 파업 비난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 체제 출범 이후 언론 자유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가 관례처럼 해 오던 검열에 맞서 기자들이 집단 파업에 나서고 이에 시민과 대학이 지지 시위를 하고 성명까지 내면서 호응하는 것은 개혁 개방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기자들의 파업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면서 이에 대한 대책을 놓고 중국 지도부 내에서도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대표적인 진보 성향 주간지로 광둥(廣東) 성 광저우(廣州) 시에서 발간되는 난팡(南方)주말의 편집기자들은 6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를 통해 파업을 선언한 데 이어 7일부터 파업에 전격 돌입했다.

기자들은 “광둥 성 선전부의 검열로 신년호 특집판의 제목과 내용이 왜곡됐다”라며 3일 성명을 발표했으나 경영진이 6일 “당국의 검열이 없었다”라고 부인하자 파업을 결행했다. 기자들은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어떤 업무도 하지 않겠다”라고 밝히고 7일 하루 종일 외부에서 걸려오는 전화도 받지 않았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7일 난팡주말 사옥 앞에서 수십 명의 시민이 참가해 기자들을 지지하는 집회가 열렸다고 전했다. 앞서 4일 난징(南京)대 저널리즘스쿨도 당국의 검열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공산당 기관지인 런민(人民)일보의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7일 “회사를 떠난 사람들이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있다”라며 난팡주말 기자들의 파업을 비난했다. 런민일보는 “서방에서도 주류 언론이 정부에 공개적으로 대항하지 않는다. 언론이 중국의 ‘정치특구’가 될 수 없다”라고 강변했다.

이번 사태는 개혁을 주창하는 시 총서기 체제에서 언론 자유의 향방을 가늠할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국이 강경 대응할 경우 ‘필화(筆禍) 사태’로 비화할 조짐이다. 이번 사건이 악화되는 과정에는 시 총서기와 류윈산(劉雲山)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간 불협화음이 잠재돼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언론 통제 수위를 놓고 지도부 내부에 이견과 갈등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7일 “주요 언론사가 정부에 반대해 공개 파업을 벌이는 것은 20여 년 만에 처음”이라고 전했다.

2002년엔 난팡주말 계열사인 난팡도시보가 당국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생 은폐 사실을 폭로해 정부와 갈등을 빚었다. 당시 사태는 기자와 간부들이 해임되면서 미봉됐다. 2006년에는 신생 언론사인 베이징(北京)의 신징(新京)보의 개혁 성향 편집국장이 전격 경질되자 파업을 벌여 3일 만에 끝낸 적이 있다.

언론 자유에 대한 요구가 더욱 대담해지고 있는 배경에는 최고 지도부 내부에도 이견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사이트가 폐쇄된 개혁 성향 잡지 옌황춘추(炎黃春秋)의 두다오정(杜導正) 사장은 6일 “(언론 등 선전을 총괄하는) 류 상무위원이 공개적으로 시 총서기에 반대되는 논조를 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중국어 방송 신탕런(新唐人) TV와의 인터뷰에서 “시 총서기의 논조는 법에 따라 일하고 민주에 순응하며 민의를 보호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류 위원은 ‘사상 통일’을 주장해 시 총서기의 논조와는 완전히 상반된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뉴욕타임스의 중국 전문 칼럼니스트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씨는 5일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반체제 인사인 류샤오보(劉曉波)가 조만간 석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시 총서기의 부친 시중쉰(習仲勳) 전 부총리가 톈안먼 사태 강제 진압을 비판했던 점을 거론하며 시 총서기에게 개혁 성향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톈안먼 사태를 강경 진압한 주역인 리펑(李鵬) 전 총리의 아들인 리샤오펑(李小鵬·53) 산시(山西) 성 대리성장에 대한 사임 압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

산시 성은 최근 유독성 화학물질인 아닐린이 대량으로 상수원으로 흘러들었으나 이를 사건 발생 6일 뒤인 5일에야 공개하고 하류 도시에 경보를 발령했다. 오염물질은 강물을 타고 허베이(河北) 성으로 흘러들었고 허베이 성의 한단(邯鄲) 시는 5일 밤 급히 수돗물 공급을 전면 중단했다. 이에 많은 중국인은 ‘늑장 행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염료, 약품 등 원료로 널리 쓰이는 아닐린은 인체에 흡수되면 중추 신경에 영향을 미쳐 두통 빈혈 현기증 등을 일으키고 심하면 혼수상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중국#남방#집단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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