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 무르시 ‘중동의 피스메이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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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만 두둔’ 우려 씻고 이스라엘과 휴전 이끌어내… 클린턴-반기문 총장도 큰 몫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의 가자지구 휴전 합의를 이끌어내며 ‘중동의 피스메이커’로 떠올랐다.

가자 사태가 가장 긴박하게 돌아가던 20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무르시 대통령에게 3번이나 전화를 해 중재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캄보디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뒤 힐러리 클린턴 장관을 이스라엘로 급파하고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에어포스원 전용기 안에서 30분 가까이 전화기를 붙잡고 휴전 합의의 필요성을 강조했을 정도로 무르시 대통령의 협상력에 전폭적인 신뢰를 보냈다고 폴리티코는 21일 전했다.

이집트를 중동 외교의 키 플레이어로 복귀시킨 무르시 대통령은 당초 이슬람 과격단체 무슬림형제단 출신이라는 점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우려를 사기도 했다. 이번 교전이 시작되자 헤샴 깐딜 총리를 가자로 급파하며 공개적으로 하마스를 편들었다. 하지만 무르시는 이스라엘 특사를 비밀리에 이집트로 불러들여 중재에 나서면서 미국에 대화 파트너로서의 신뢰감을 심어줬다. 클린턴 장관은 21일 휴전 합의 기자회견에서 “이집트의 새 정부가 책임감과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치켜세웠다.

뉴욕타임스는 21일 무르시 대통령이 경제위기 극복에 필요한 48억 달러의 국제통화기금(IMF)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 미국과의 협조가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무르시 대통령의 이 같은 외교적 성과가 이스라엘에 대한 강경 노선을 요구하는 이집트 국민의 정서와 국내 경제난을 등한시한다는 비판을 불러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했다.

이스라엘에 급파된 뒤 하루 만에 휴전 합의를 성사시킨 클린턴 장관에게도 칭찬이 쏟아지고 있다. 21일 이집트를 방문한 클린턴 장관은 대통령궁에 진을 치고 예정보다 4시간이나 더 오래 머무르며 무르시 대통령과 막판 협상을 벌였다. 클린턴 장관의 가자 휴전 중재는 ‘아랍의 봄’ 이후 변화된 중동 정세에 미국이 다시 깊숙이 개입하기 시작했다는 신호탄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19일 이집트로 날아가 20일 하루 동안 이스라엘 예루살렘, 팔레스타인 라말라, 이집트 카이로, 요르단 암만, 다시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주파하는 초인적인 일정을 소화하며 휴전을 이끌어내는 데 큰 힘을 보탰다. 각각 하마스와 이스라엘을 대변하는 입장이던 무르시 대통령, 클린턴 장관과 달리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국제기구의 수장인 반 총장의 중재 리더십은 서방과 중동 주변국들이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하마스만#무르시#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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