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일자리 공방’ 유탄맞는 한국기업

재정적자 축소와 일자리 창출 문제가 미국 대선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여론의 곱지 않은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워싱턴이그재미너와 타깃8뉴스 등 현지 언론은 20일(현지 시간) 미국 정부가 경기 부양자금을 지원하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10년 7월 공장 기공식에 직접 참석한 미시간 주 홀랜드의 LG화학 전기자동차 배터리 생산 공장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고 보도했다.

미 에너지부는 오바마 대통령의 경기부양법(ARRA)에 따라 현재까지 LG화학의 이 공장에 1억5100만 달러(약 1666억 원)를 지원했다. 미시간 주 정부는 1억3000만 달러의 세금 감면 혜택을 줬다.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자동차인 ‘쉐보레 볼트’ 등에 공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기차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홀랜드 현지 방송인 ‘타깃8뉴스’는 5월에 퇴직했다는 니콜 메리먼 씨와의 인터뷰에서 “할 일이 없어 공장을 청소하거나 카페테리아에서 공부 또는 카드놀이를 하는 사람이 40명가량 됐다”며 “빈둥거리거나 지역 자선단체에서 일하면서 LG화학의 월급을 받는 것은 정말 서글픈 일이다. 이 돈이 국민 세금에서 나온 것 아니냐”고 전했다.

LG화학은 지난해 이 공장에서 배터리 셀 10만 개를 시험 생산했지만 12월 생산을 중단한 뒤 생산품을 모두 재활용센터에 보냈다. 이런 보도가 나간 뒤 밋 롬니 공화당 후보 캠프에선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 실패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공격했고 미 에너지부는 실상 파악에 나섰다.

한편 CNN방송은 훌리안 카스트로 텍사스 주 샌안토니오 시장이 미국 기업을 제치고 한국 기업과 전력 공급계약을 맺어 향후 25년 동안 주정부 예산 수억 달러를 내주게 됐다고 보도했다.

OCI의 미국 자회사인 OCI솔라파워가 7월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인 태양광 에너지 공급 프로젝트를 따낸 사실을 문제 삼은 것. CNN은 “단 1MW 태양광 전력도 생산한 경험이 없고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OCI가 한국 정부 도움으로 계약을 따냈다”고 보도했다. CNN은 카스트로 시장이 지난해 10월 무역대표단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으며 미국을 국빈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백악관 만찬 헤드테이블에 함께 앉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