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첫 항공모함 랴오닝 취역… 美에 맞서 ‘대양 해군’ 굴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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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 등 지도부 총출동 세계 10번째 보유국 자축
전투기 탑재-전단 구축 못해 전력화엔 몇년 더 걸릴듯

중국의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遼寧)함이 정식 취역했다. 이로써 연안 방어에만 머물렀던 중국 해군력이 원양에 전투기를 투사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됐을 뿐 아니라 아시아의 안보 지형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국방부는 25일 “중국의 첫 항모인 랴오닝함이 정식으로 군 편제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날 랴오닝 성 다롄(大連)에서 열린 취역식에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궈보슝(郭伯雄) 중앙군사위 부주석 등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항모 보유에 대한 국가 차원의 기대와 관심을 보여줬다.

랴오닝함은 중국이 1998년 우크라이나에서 고철 상태로 2000만 달러(약 223억 원)에 사들인 쿠즈네초프급(배수량 6만7500t급) 항모로 그동안 바랴크로 불렸다. 중국은 다롄 조선소에서 증기터빈 엔진을 탑재하는 등 개조 작업을 벌인 끝에 14년 만에 항모 보유국의 지위에 오르게 됐다. 기존 항모 보유국은 11척을 갖고 있는 미국을 비롯해 영국 러시아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브라질 태국 인도 등 9개국이었다.

랴오닝함은 갑판 길이가 302m로 젠(殲)-15 전투기 20여 대 등 총 60여 대의 항공기를 탑재할 수 있는 규모다. 최대 속력은 29노트. 젠-15는 러시아의 수호이(SU)-33을 기반으로 중국이 개발한 전투기로 올해부터 양산이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랴오닝함은 칭다오(靑島)에 사령부를 둔 북해함대에 배속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해함대는 황해(서해)를 관할하고 있어 한반도 전체가 랴오닝함의 사정권에 들어가는 셈이다. 칭다오에서 서울은 직선거리로 600km에 불과해 젠-15기의 작전반경(700km) 안에 있다.

물론 랴오닝함을 실제 전력화하는 데는 앞으로 몇 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아직 전투기 이착륙 기능을 갖추지 못했고 구축함 호위함 잠수함 등을 거느린 ‘항모 전단’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전투기 사출기를 러시아 등에서 구입하려 했지만 거부당했다.

하지만 중국은 랴오닝함 외에 상하이(上海)에서 핵추진 항모 2척을 독자적으로 제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아시아태평양의 원양해군 강국으로 등극하는 건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이미 전략핵잠수함을 3척 보유하는 등 일본이나 인도를 규모 면에서 압도하는 해상 전력을 갖추고 있다.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군사비를 매년 쏟아 붓고 있어 전력의 질도 조만간 일본을 따라잡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본은 태평양 함대를 주축으로 한 미군을 등에 업고 중국에 대한 전략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항모 전단을 본격 운용하게 되면 미국에 대한 강한 억지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군사적 부상은 아시아 각국의 연쇄적인 군비경쟁을 촉발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항공모함#랴오닝#후진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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