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방중… 영토갈등 해소 압박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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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국방부장은 앙숙 인도 방문… 亞太패권 놓고 美-中 힘겨루기

아시아를 순방 중인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4일 중국 베이징(北京)에 도착해 이틀간의 방중 일정을 시작했다. 5월 초 제4차 미중 전략경제대화 참석차 중국에 온 뒤 넉 달 만에 다시 베이징을 찾은 것이다.

이번 방중에서 클린턴 장관은 중국 지도부와 만나 남중국해와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영유권 문제를 집중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5월 방중 때는 시각장애인권운동가 천광청(陳光誠) 씨의 미국 망명 요구 사건이 터져 미중 간 현안은 뒤로 밀렸다. 따라서 이번 방중이야말로 양국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외교적 패권을 놓고 정면승부를 겨루는 본선 경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4일 최근 미국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 가치가 다시 강세로 반전된 것은 클린턴 장관의 방중에 따른 ‘정치적 성격’이 강하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위안화 절상 요구를 중국이 어느 정도 수용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클린턴 장관은 중국 방문 전날인 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미국은 (중국과 동남아 국가가 갈등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에 ‘국가적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강압이나 위협 협박 무력 사용 없이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무력사용 자제’를 언급한 것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력 증강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의 편에서 중국을 압박해 미국의 태평양 회귀전략을 지지할 우군을 확보하고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한 포석이다. 중국은 올해 들어 남중국해를 통합 관리하는 싼사(三沙) 시를 설립하고 사단급 경비구를 두는 등 물리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3일 “외부 국가들은 남중국해 당사국의 선택을 존중하라”며 맞불을 놓았다. 클린턴 장관이 방중한 날에 맞춰 량광례(梁光烈) 중국 국방부장은 인도 뉴델리에서 A K 안토니 인도 국방장관을 만나 양국 간 군사 분야의 관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중국과 인도의 국방장관이 자리를 함께한 것은 2004년 이후 8년 만이다. 미국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중국이 앙숙 인도에 손을 내민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클린턴#방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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