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곡물값… 개도국 식량폭동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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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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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재스민 혁명은 민주화 요구에 앞서 폭등하는 물가에 생활고를 호소한 ‘빵의 문제’에서 시작됐다. 2007∼2008년 카메룬 인도 인도네시아 이집트 등 10여 개국에서는 치솟는 곡물 및 식품가격으로 인한 폭동이 정권을 위협했다. 가뭄 폭우 등 이상기후로 곡물가격이 고공비행하는 올해에도 폭동 조짐이 있다고 외신들이 잇따라 경고하고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달 31일 곡물가격 폭등이 식량 수입에 의존하는 저개발국의 사회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을 포함해 대만 이집트 모로코 정부가 곡물가격 상승에 대비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인도네시아 두부업계는 재료인 대두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폭등하자 생산을 중단한 채 정부 대책을 촉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멕시코에서도 주식인 토르티야 가격이 급격히 오르자 사회 불안이 우려되고 있다. 마크 새들러 세계은행(IBRD) 농업 위험관리부문 책임자는 “(곡물가격 상승이) 해당 국가에 커다란 위협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공식 취임한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최근 성명에서 “단기적인 곡물가격 급등이 가장 가난하고 취약한 국가에 장기적으로 피해를 주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곡물가격 불안은 50여 년 만에 찾아온 미국의 가뭄이 원인이다. 전 세계 대두와 옥수수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미국이 가뭄으로 곡물 수확량이 급격하게 줄 것으로 예상되자 6월 중순 이후 국제 밀 가격은 50%, 옥수수 가격은 45% 이상 각각 치솟았다. 식자재와 동물 사료인 콩 값도 지난해 말보다 60% 이상 뛰었다.

미 농무부는 지난달 25일 보고서에서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물가가 함께 오르는 애그플레이션이 수개월 후 소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내년에는 글로벌 경제를 강타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가축의 사료로 쓰이는 곡물가격이 상승하면서 닭과 칠면조 등의 고기 값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닭을 모든 음식에 쓰는 이란에서는 닭고기 가격 급등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타임지는 지난해보다 3배가량으로 뛴 닭고기 가격이 이란 정부를 고민에 빠뜨리고 있다고 지난달 30일자에서 전했다.

곡물가격 상승의 최대 피해자는 중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세계 최대 곡물 수입국 중 하나인 중국이 (미국 가뭄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중국 저장(浙江) 성은 올봄 최악의 가뭄을 겪어 흉작이 예상되고 있다. 저장 성에서는 지난해 10월 과도한 세금에 반발한 시민들이 관공서를 공격하는 등 폭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곡물#개도국#식량폭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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