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김용 WB총재 우려·기대 교차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7일 07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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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폭 지지로 변화 추진‥개발이슈 집중
개도국 견제, 금융계 경험 부재는 도전 과제

세계은행(WB) 이사회가 16일(현지시간)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을 차기 총재로 공식 선출함에 따라 '김용 체제'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아시아계 최초의 총재라는 상징적 의미 외에도 개발과 보건 이슈에 천착한 전문가라는 점에서 새로운 변화를 전망하는 낙관론이 있는 반면 금융계 경험이 전혀 없다는 점을 결정적인 '결함'으로 꼽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김 총장은 어린시절 한국에서 태어나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 이미 1.5세대로, 하버드대에서 20년간 교수로 재직하면서 결핵 퇴치와 국제 의료활동에 앞장서는 등 저개발 국가의 빈곤 문제에 집중해 왔다.

미국이 '깜짝 카드'로 김 총장을 지명한 것도 주로 후진국의 경제부흥과 개발촉진 등을 지원하는 세계은행의 목적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김 총장을 적극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이 최근 세계은행 187개 회원국에 보낸 서한에서 "김 총장은 기후변화, 식량안보 등 전세계가 직면한 도전과제를 다뤄야 하는 세계은행의 역할을 이해하고 있다"며 지지를 당부한 것도 이런 배경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김 총장이 미 정부의 이런 전폭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세계은행의 변화를 적극 추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김 총장은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내가 이 조직을 이끌 책임을 맡게 된다면 현상유지에 대해 어려움을 던지고 기존 관행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비해 위상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온 세계은행을 획기적으로 개혁과 변화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금융계 경험이 없는 김 총장이 현장 경험만으로 세계은행이라는 조직을 이끌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한 외신이 최근 경제와 금융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김 총장보다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나이지리아 재무장관이 총재로 더 적합하다고 보도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김 총장에 대한 미국의 지지는 오히려 신흥개발국들의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큰 도전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가뜩이나 미국의 세계은행 총재 지명권을 '전횡'이라고 반박하는 국가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앞으로 의사결정 과정에서 사사건건 반론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이 이런 반발을 감안해 아시아계 인물을 지명하긴 했지만 이번 총재 선출 과정에서 신흥개발국들이 후보를 내세우며 '미국의 권위'에 도전한 것은 이런 험로를 예고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결국 김 총장으로서는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이런 안팎의 저항에 적절히 대응하면서 동시에 세계은행의 위상 재정립이라는 쉽지 않은 과제를 함께 풀어야 하는 이중부담을 떠안게 됐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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