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인 와튼스쿨의 학부 4학년생으로 7월 졸업과 동시에 바클레이스캐피털에 입사하는 솜머 씨(22)는 졸업 학년에 선배들과는 다소 다른 생활을 보냈다. 그가 4학년에 이수한 학점의 절반은 브라질 드럼과 예술 역사학 등 경영학과 다소 동떨어진 과목이었다.
경영대 학부과정과 경영대학원(MBA)에서 세계적으로도 톱 스쿨로 꼽히는 와튼스쿨은 최근 정책적으로 학생들이 경영학과 관련이 없는 다양한 분야의 과목을 많이 듣도록 유도하고 있다. 와튼스쿨 관계자는 “학생 수강과목의 절반이 인문교양 과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와튼스쿨의 변신은 경영대 졸업생의 최대 고객인 기업들이 졸업생을 바라보는 시각이 점점 회의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5일자에서 전했다.
경영대는 학교로서는 안정적인 등록금 수입을 확보할 수 있고 학생들은 취업에 가장 유리하다고 판단해 대부분의 대학에서 가장 많은 정원을 갖고 있다. 미국에서 경영대 졸업생의 비율은 2008∼2009학년도의 경우 전체의 21.7%로 사회과학과 역사학(10.5%), 교육(6.4%), 심리학(5.9%), 시각 및 공연예술(5.6%)의 최대 4배에 이른다.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기업의 가장 큰 불만은 넘쳐나는 경영대 학부 졸업생이 회계, 금융, 조직이론 등 경영의 실무지식에만 너무 치중할 뿐 현대 경영에서 요구되는 비판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에서는 떨어진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창의적 아이디어와 유연한 사고를 가진 인재들을 오히려 인문교양학부 출신에서 찾고 있다. 사학 철학 심리학 등 인문학부 학생들이 학교에서 토론과 긴 에세이 작성 등을 거치면서 사고(思考)하는 훈련을 더 많이 받는다는 것.
취업 준비생들의 ‘로망’인 페이스북의 크리스틴 클리머 미크 채용 담당자는 “우리는 특정 학과의 졸업생을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학과의 졸업생을 뽑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컨설팅펌인 부즈&코도 올해 신규 채용자 가운데 경영학 전공자는 30% 정도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인문학 등 다른 학과의 졸업생들을 채용했다. 이런 경향이 갈수록 증가하자 와튼스쿨뿐만 아니라 조지워싱턴대 조지타운대 샌타클래라대 등 다른 대학의 경영학과도 변신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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