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근 교수와 함께 수학의 고향을 찾아서]<1>‘무리수의 비밀’ 누설한 제자 지중해에 던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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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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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격했던 피타고라스 학파

피타고라스가 운영했던 ‘하프 서클(반원)’이라는 학당의 입학 조건은 ‘입학생의 재산은 학당에 속한다’는 것이었다. 재산을 바쳤다기보다는 공동체 의식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절대적으로 지켜야 하는 규율이 있다. 학당에서 배운 것을 출판하거나 학교 밖에서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것.

그런데 이탈리아 크로토네에서 피타고라스의 제자 히파수스는 한 가지를 어겨 바다에 빠뜨려 죽이는 사형 판결을 받았다. 동료들은 비밀 누설 혐의를 받아 고개를 푹 숙인 채 삶을 체념한 히파수스를 배에 태우고 지중해로 나가 바다에 빠뜨려 ‘조직의 비밀’을 지켰다(히파수스를 실제로 죽인 것은 아니고 죽인 척하기만 했다는 설도 있다).

히파수스가 누설한 비밀은 ‘정수(整數)의 비로 나타낼 수 없는 수가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삼각형에 적용하면 ‘직각삼각형의 변이 유리수면 대각선은 유리수로 나타낼 수 없다’는 것으로 표현된다. 현재 용어로는 루트(√)기호를 사용해 나타내는 무리수의 존재를 당시 피타고라스 학파는 알아냈지만 외부에는 비밀로 했던 것이다.

에게대 수학과 니코스 카라칼리오스 교수(41)는 “피타고리안들은 다른 사람에게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말해주면 안된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요즘으로 비유하면 마치 핵폭탄을 아무에게나 주어서는 안 되는 것처럼 위험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라는 것.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수학의 원리를 알려주면 어디에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지 모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상식적으로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으나 수와 수학 원리에 대해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그리고 피타고라스 학파가 종교적인 색채도 띠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피타고라스가 발견한 ‘무리수’는 후일 루트(√)를 통해 표현됐다. 이는 2차 이상의 고차 방정식을 푸는 단서를 제공한 점이 수학사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이만근 교수는 풀이했다. 피타고라스는 제자를 죽이면서까지 존재를 감추려 했으나 무리수가 결국은 세상에 알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모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수학#피타고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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