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신나리]‘이란 核’에 몸 사리는 C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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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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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리 국제부
신나리 국제부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4일 이란의 농축 우라늄 생산량 증가와 핵 프로그램의 군사적 전용 가능성을 우려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이란이 110kg가량의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했고 이 양의 절반 이하로 핵탄두를 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나탄즈 인근의 우라늄 농축시설에서 170개의 원심분리기가 들어 있는 장치가 운영되고 있고, 포르도 지하 벙커시설에서 원심분리기 696개가 20% 농축 우라늄을 생산하고 있다고 IAEA는 전했다.

이는 IAEA가 지난해 11월 보고서를 통해 “이란이 핵탄두에 우라늄을 활용하고 있으며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핵심기술을 얻기 위한 노력이 이뤄졌다”고 밝힌 내용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중앙정보국(CIA)을 비롯한 미국의 16개 정보기관은 이란의 핵개발이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수준에까지 이르지 못했으며 이란 지도부가 핵탄두 제조 프로그램을 본격화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는 판단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IAEA의 판단은 물론이고 이란 제재조치를 앞장서 시행하고 있는 미 정부의 태도와도 다소 배치되는 것이다.

미 정보기관은 기존에도 이란이 군사적 목적의 핵개발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해왔다. 이번 평가는 2007년 정보기관들의 이란 핵개발 평가모임에서 내린 결론과도 일치하며, 2010년 열린 국가정보평가회의에서 재확인한 결론과도 달라진 게 없다.

물론 이란이 농축 우라늄을 생산하고 핵보유국이 되는 데 필요한 인프라를 일부 구축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미국이나 이스라엘, 유럽의 국가정보기관들 간에 이견이 없다. 그럼에도 미 정보기관들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 수준 및 의도에 대한 판단에 있어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것은 학습효과 때문이다. 2002년 이라크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의혹을 제기하며 이라크전쟁의 명분을 내걸었지만 결과적으로 정보가 잘못됐던 것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것.

이스라엘과 유럽은 미 정보기관의 신중론에 대해 “이란은 핵개발에 있어 가장 큰 고비이자 어려운 단계인 농축우라늄을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은 이를 간과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이란 핵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판단이 혼선을 빚을수록 그로 인한 부담은 지구촌 곳곳에서 떠안아야 한다. 석유수급 불안정에 따른 유가 급등 등 파급효과가 세계인의 일상으로 파고들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란 핵문제를 둘러싸고 국제사회가 갈피를 잡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신나리 국제부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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