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그레이엄, 39년差 초월한 우정

  • Array
  • 입력 2012년 1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7년전 만나 서로의 멘토로 경영에 아낌 없는 조언

“매우 훌륭한 사업 아이디어네. 크게 성공할거야.”

2005년 도널드 그레이엄 워싱턴포스트 최고경영자(CEO)는 당시 하버드대를 중퇴하고 막 페이스북을 설립한 21세의 마크 저커버그를 워싱턴 사무실에서 만났다. 소셜미디어에 대한 설명을 들은 그레이엄은 페이스북이 ‘큰일’을 낼 것을 직감하고 저커버그에게 경영 조언을 해주며 격려했다. 이후 그레이엄과 저커버그는 39년이라는 나이 차를 초월해 우정을 가꿔 나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5일 보도했다.

둘은 서로에게 멘토 역할을 해주고 있다. 사업 경험이 없는 저커버그는 2007년 그레이엄에게 “나도 이제 CEO인데 아는 게 없다. 경영에 대해 알려 달라”는 e메일을 보냈다. 그레이엄은 저커버그를 워싱턴포스트로 초청해 중역회의와 투자설명회를 참관하도록 하고, 편집국과 인쇄시설을 둘러볼 수 있도록 배려해 줬다. 2009년 저커버그는 “사회 참여와 교육을 중시하는 워싱턴포스트의 경영철학을 존경한다”며 그레이엄에게 페이스북 이사진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고 그레이엄은 흔쾌히 수락했다.

저커버그는 경영난을 겪고 있는 워싱턴포스트에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새로운 사업에 도전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젊은 시절 베트남전에 참전하고 워싱턴 경찰에 몸담는 등 독특한 삶을 살아온 그레이엄은 저커버그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했다. 지난해 워싱턴포스트는 페이스북과 제휴해 ‘소셜리더’ 앱을 선보였다. 페이스북 친구들이 어떤 뉴스 기사를 읽는지 알려주는 소셜리더 앱은 사용자가 7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레이엄은 투자의 귀재로 통하는 워런 버핏과 친한 사이지만 저커버그를 알고 난 후 “디지털 세계에 눈을 떴다”고 말할 정도로 큰 도움을 받고 있다.

그레이엄이 페이스북 초창기에 저커버그에게 경영 조언을 해주는 입장이었다면 지금은 페이스북의 시장가치(1000억 달러)가 워싱턴포스트(29억 달러)의 34배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그레이엄과 저커버그는 마치 부자(父子) 사이처럼 서로를 존중하며 ‘페이스북 러브 스토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