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국민의식 조사]韓 88%-中 90%-日 61% “과거사 해결 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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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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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론조사에서는 한중일 3국 국민이 상대국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한국과 일본 국민의 절반 정도가 ‘중국이 싫다’고 응답해 경제적 군사적으로 대국화하고 있는 중국에 경계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한국과 중국 국민 대부분은 일본의 과거사 문제 해결 노력이 미흡하다고 보고 있어 일본과의 관계개선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3국 간의 활발한 문화교류로 친근감이 증가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 한중일 국민 서로 ‘싫다’가 ‘좋다’보다 많아


한국인의 중국에 대한 호감도가 6년 전에 비해 크게 나빠졌다. 2005년 조사에선 5명 중 1명꼴(20%)로 중국을 좋아한다고 답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12%로 줄었다. 중국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4%에서 40%로 대폭 늘어났다. ‘중국과의 관계가 잘돼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긍정적 응답은 31%로 2005년(51%)에 비해 크게 줄었다.

이는 최근 중국어선 선장의 한국 단속반 살해사건과 이후 중국 정부가 보여준 무례한 태도로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이 싫다’고 응답한 사람은 보수층과 진보층 모두에서 40%를 넘어 이념 성향과는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인도 응답자의 절반 이상(54%)이 중국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대답해 2010년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사건 이후 악화된 대중(對中) 감정을 반영했다.

한국인은 일본에 대해서도 좋아하지 않는다(50%)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반면 중국인과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선호도는 나쁘지 않았다. 한국을 좋아한다는 중국인은 44%로 비호감(17%)보다 높았다. 일본인은 한국에 대한 호감과 비호감 응답이 각각 17%로 비슷했다.

‘한일관계가 잘돼가고 있다’고 응답한 한국인이 2005년보다 크게 늘어난 점은 향후 한일관계 발전에 청신호로 풀이된다.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등으로 한일관계는 사상 최악으로 치달아 한국인의 대다수(94%)가 부정적으로 응답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62%로 크게 낮아졌다. 긍정적 대답은 7%에서 31%로 늘었다. 한국의 20, 30대 젊은층에서 일본에 대한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점도 향후 양국 관계 전망을 밝게 해준다.

○ 일본의 과거사는 관계 개선의 장애


이번 조사에서도 일본의 편협한 역사 인식이 3국 간 관계 개선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지목됐다. ‘일본의 식민지지배를 포함한 과거사 문제가 해결됐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한국(88%)과 중국(90%)의 대다수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한국에서는 화이트칼라와 진보성향에서 일본의 과거사 문제에 부정적인 의견이 90% 이상으로 압도적이었다. 반면 보수층 내에서는 해결됐다는 의견이 11%로 진보층(5%)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주목할 대목은 일본인 중에서도 과거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응답이 61%로 해결됐다는 응답(31%)의 두 배에 이른다는 점이다. 과거사를 미화하려는 우익보다 일본의 침략사를 반성하는 양심세력이 다수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한류 영향력 두드러져


한중일 3국 간의 활발한 문화교류가 상대국에 대한 친근감 개선에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는 점도 이번 조사에서 확인됐다. 한류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한국에 대한 친근감이 높아졌다는 응답은 중국에서 42%, 일본에서 35%로 나타나 한류가 3국 간 관계 개선에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한국에서도 일본 문화를 자주 접한다는 응답은 15%로 2005년(3%)보다 크게 뛰었다. 특히 20, 30대 한국인의 절반 이상이 중국이나 일본의 드라마나 애니메이션, 만화 등을 접할 기회가 ‘자주’ 또는 ‘가끔’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 국제관계 ▼

中 68% “동아시아 군사충돌 가능성”
日 69%-中55% “남북통일 힘들 것”


최근 몇 년간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영토분쟁이 부각되면서 동아시아에서의 군사충돌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주변국과 곳곳에서 마찰을 빚고 있는 중국에선 10명 중 7명이 동아시아 군사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했다. ‘어느 정도 있다’는 응답이 52%였고 ‘매우 높다’는 응답도 16%였다. 한국은 응답자의 50%가, 일본은 56%가 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했다. 군사충돌 가능성이 별로 없거나 전혀 없다는 응답은 한국이 36%, 일본이 37%였고 중국은 31%였다. 한국에서 군사충돌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은 30, 40대에서 58%로 다른 연령대보다 높게 나타났다. 가능성이 없다는 의견은 20대(51%)와 진보층(42%)에서 상대적으로 많았다.

‘자국에 군사적 위협이 되는 나라’를 묻는 질문에 한국인은 51%가 북한을 첫손가락에 꼽았다. 이어 중국 27%, 일본 9%, 미국 5% 순이었다. 중국이라는 응답은 6년 전의 7%보다 크게 늘었다. 반대로 일본과 미국에 위협을 느낀다는 응답은 6년 전 각각 28%, 17%에서 크게 줄었다. 북한이 위협적이라는 응답은 군 복무 시기인 20대에서 60%로 특히 높게 나타났고 일본이 위협적이라는 응답은 남자(11%)와 자영업자(17%)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일본인은 중국(51%)과 북한(28%)을 가장 위협적으로 보고 있었다. 미국을 꼽은 비율은 4%였다. 반면 중국인은 미국(48%), 일본(26%), 러시아(6%) 순으로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 한국에 대해서는 중국인과 일본인 모두 위협을 별로 느끼지 않아 위협적이라는 답변이 1%에 그쳤다.

군사적 위협과 별개로 미국에 대한 호감도는 중국인이 55%로 가장 높았고 한국인은 35%, 일본인은 23%였다. 한국인의 미국 선호도는 2005년의 21%에 비해 14%포인트 높아졌다. 미국을 좋아한다는 응답은 60대 이상(55%)에서 많았고, 좋아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0대, 자영업자, 진보층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한반도 통일 전망에 대해선 한국인은 절반 이상이 긍정적으로 답한 반면 일본인 중국인은 절반 이상이 부정적이었다. 한국인은 남북한 통일이 된다고 응답한 비율이 52%로 안 될 것이라는 응답(44%)보다는 높았지만 6년 전 조사에 비해선 9%포인트 줄었다. 남자와 30, 40대에서 통일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고 여자와 20대에서 안 될 것이란 응답이 많았다. 일본인은 통일이 안 될 것이라는 응답이 69%로 된다는 응답(25%)을 크게 웃돌았다. 중국도 ‘안 된다’(55%)가 ‘된다’(42%)보다 높았다.

통일 시기에 대해선 20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응답이 한국(35%)과 중국(38%)에서 가장 많았다. 일본에서는 20년 이내라는 응답이 36%로 가장 많았다. 5년 안에 통일될 것이라고 답한 사람은 중국인이 9%로 조금 높았지만 한국 3%, 일본 4%로 대체로 낮았다. 다만 이번 조사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이 발표된 지난해 12월 19일 직전에 실시돼, 이후 분위기는 반영하지 못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 경제문제 ▼

“국가경제 나아질 것” 韓 51%-中 64%-日 12%


중국인은 ‘자신만만’, 한국인은 ‘희망 반 우려 반’, 일본인은 ‘의기소침’.

한중일 3국 국민이 5년 뒤 자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뚜렷이 갈렸다. 2000년대 들어 가파른 경제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국민은 미래에 거칠 것이 없었다. 응답자의 64%가 5년 후 국가 경제가 지금보다 나아질 것으로, 71%가 자신의 생활이 더 좋아질 것으로 낙관했다. 한국에서는 두 질문에 긍정적인 응답이 각각 51%와 48%로 절반 정도였다. 일본인은 각각 12%와 7%만이 5년 후를 낙관했다. 20년째 이어지고 있는 장기불황 속에 자신감을 상실한 모습이 뚜렷했다.

한국인은 중국인보다 더 중국 경제를 낙관했다. 중국의 경제력 세계 1위 달성 가능성에 대해 한국인의 44%가 ‘10년 이내에 가능하다’고 답해 중국인의 응답(14%)보다 크게 앞섰다. 일본에서는 중국이 세계 1위가 안 될 것이라는 의견이 53%였다. 일본 국민의 절반 이상은 중국이 경제력으로 미국을 앞서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미국에 대한 기대와 함께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 녹아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인은 중국에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지만 앞으로 한국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국가로 단연 중국(50%)을 꼽았다. 미국을 꼽은 응답자(26%)의 두 배에 이른다. 반면 일본은 자국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국가로 미국(36%) 동남아시아(26%) 중국(24%) 순으로 꼽아 미국에 대한 변함없는 기대와 함께 ‘중국보다는 동남아’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중국인은 자국 경제에 영향을 미칠 국가로 미국(49%) 일본(17%) 유럽(11%)을 꼽았다.

한중일 3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는 한국과 일본이 ‘찬성 우세’, 중국은 ‘압도적 찬성’이었다. 한국의 경우 FTA에 찬성 입장이 55%로 반대 입장(30%)의 두 배 가까이 됐다. 다만 세대별, 이념 성향별 편차는 있었다. 모든 연령층에서 찬성 입장이 많았지만, 20대와 30대에서 반대 응답이 각각 40%로 40대 이상보다 부정적 인식이 상대적으로 강했다. 자신을 보수층이라고 대답한 사람은 3국 간 FTA에 64%가 찬성, 23%가 반대했으나 진보층에선 각각 55%, 39%였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 어떻게 조사했나 ::


한국과 일본은 지난해 12월 17, 18일 컴퓨터로 무작위 생성한 번호에 전화를 거는 방식으로 한국은 만 19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최대 ±3.1%포인트. 일본은 20세 이상 862명이 응답했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3∼18일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우한(武漢), 청두(成都)의 15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일대일 개별면접조사를 실시했다. 질문지는 동아일보와 채널A, 아사히신문이 전문가들에게 자문하고 수차례 협의해 작성했다. 한국은 리서치앤리서치, 일본은 아사히신문 세론(世論·여론)조사부, 중국은 베이징스옌(北京世硏)정보컨설팅회사가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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