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륙에 ‘21세기판 문화혁명’ 그림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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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잇따르자 ‘사상교육’ 지시… 재스민 혁명 이후 언론통제 강화
후주석 ‘적대세력 경고’ 글 기고

‘중국에 21세기판 문화혁명이 시작되는 것일까.’

중국 최고지도부가 새해 들어 사상투쟁과 사회주의 정통성을 특별히 강조하고 나섰다. 아랍 민주화 혁명과 중국 내 시민사회 목소리의 분출에 맞서 지난해 중후반부터 인터넷과 언론통제를 강화해 오던 기류의 연장선상이다. 일부 서방 언론은 ‘신(新)문화혁명’이라는 자극적 표현까지 동원하며 주시하고 있다.

차기 국가주석으로 유력시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이 4일 대학생을 상대로 사회주의 가치 교육을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신화통신이 5일 보도했다. 시 부주석은 “학교 내의 공산당 조직 강화를 통해 대학생들이 사회주의 핵심 가치로 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1일 당 중앙위원회 기관지인 추스(求是)에 기고한 글에서 “적대적인 국제세력이 중국을 서구화 및 분열시키려는 시도를 강화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후 주석은 또 “중국 문화의 전반적 수준과 영향력은 국가 위상과 어울리지 않는다”며 “커지는 인민들의 정신적 문화적 요구에 따라 중국 문화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 주석의 ‘적대적인 국제세력’ 언급은 ‘냉전적 사고를 가지고 부상하는 중국을 끌어내리려고 하는 외세’를 비난함으로써 내부적인 단결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화 수준 고양’은 중국 공산당이 지난해 말부터 인터넷과 언론 통제를 한층 강화한 것과도 연관된다.

방송 영상물 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광전총국은 1일부터 중국 내 주요 34개 방송국에 대해 뉴스 프로그램을 늘리고 오락 프로그램은 크게 줄이도록 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 ‘사회주의 문화건설’을 주제로 열린 당 제17기 중앙위원회 제6차 전체회의(17기6중전회)는 방송 공연 출판 분야와 더불어 인터넷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대한 통제 방안을 마련했다.

이처럼 사상통제가 강화되는 데 대해 미국의 보수적 성향 신문인 월스트리저널(WSJ)은 ‘신문화혁명’이라는 자극적 제목의 평론에서 “마오쩌둥(毛澤東)이 1960년대와 1970년대 일으켰던 것만큼 파괴적이지는 않겠지만 후 주석이 또 다른 문화정풍 운동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신문화혁명은 올 10월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에서의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이완되기 쉬운 민심을 다잡는 한편 ‘정치 개혁’을 내세우며 도전하는 세력에 대한 투쟁의 목적도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전문가들은 신문이 중국의 최근 사상 통제 기류를 문화혁명에 비유한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지도부가 외국 세력과의 긴장 조성까지 동원해서 체제 단속에 나서는 것은 중국에서도 민주화 의식이 높아지고 이를 행동으로 나타내는 사례가 늘어나는 등 불안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데는 이론이 없다.

인구 2만여 명의 광둥(廣東) 성 우칸(烏坎)에서 토지 보상 불만을 이유로 발생한 시위가 4개월가량 지속된 것이나 반체제 운동가 아이웨이웨이(艾未未)에게 거액의 세금을 부과하자 많은 지지자가 성금을 모아 후원한 것은 중국 당국을 긴장시켰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중소기업 파산, 물가 상승에 따른 임금 인상 욕구 고조 및 권리의식 제고 등으로 노사분규도 늘어나고 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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