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이 키운 중산층, 푸틴의 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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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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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력 갖추면서 부패에 염증… 반정부 시위 주도세력 부상
메드베데프 “선거부정 조사”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의 ‘최대 수혜자’였던 신흥 중산층이 ‘반(反)푸틴 시위’의 중심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도심에 거주하는 전문직 젊은 세대’로 특징지어지는 이들은 총선 부정에 항의하는 시위 현장에 참여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사진)의 재집권을 막는 새로운 저항세력이 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1일 보도했다.

1999년 푸틴 총리의 집권 이후 극소수 부유층과 대다수 빈민층으로 이분화됐던 러시아에는 새 중산층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들은 넘쳐나는 오일머니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거나 폭등하는 집값의 혜택을 입어 부동산 부자가 됐다. 2000∼2008년 지속된 인플레이션 속에서 노동자들의 임금은 연간 15%씩 상승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이후에도 노동자들의 임금은 연평균 1.3% 오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0년 넘게 이어진 경제호황으로 현재 러시아 국민의 3분의 1이 중산층으로 편입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생활수준이 높아질수록 정부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고 있다. 정부 부패가 한계치를 넘어 중산층의 부를 위협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재산 관련 송사에 휘말려도 이를 해결해줄 사법부가 제 기능을 못했기 때문이다. 고위 관료나 재벌에만 출세의 기회를 주는 사회 분위기도 중산층들이 불만을 가지는 데 한몫했다. 최근 부패한 러시아에 대한 희망을 잃고 이민을 택한 중산층이 연간 5만 명에 이른다는 보도도 있다.

정치 평론가인 빅토르 셴데로비치 씨는 “모스크바 거리로 나오는 사람들은 잘사는 중산층이 주를 이루고 있다”며 “이들이 거리로 나오는 이유는 푸틴이 다시 출마한다는 사실이 수치스럽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성장의 혜택을 입은 중산층이 독재 정권에 염증을 느끼고 새 정치적 권리에 눈을 떴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선거 부정행위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확인하도록 지시했다”며 “하지만 군중집회의 구호와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글을 올렸다. 글을 올린 지 1시간 만에 그를 비판하는 22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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