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엔 軍주둔 허용… 中엔 위성기지국 설치 허가… 길라드의 양다리 걸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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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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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라드 총리
길라드 총리
호주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에 ‘양면 미소’ 전략을 펴고 있어 두 강대국 사이에서의 역할이 주목된다.

호주는 전통적으로 미국의 맹방이다. 제1, 2차 세계대전과 6·25전쟁에 파병했고 최근엔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전쟁에서도 미군과 함께 피를 흘렸다. 글로벌 테러와의 전쟁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16일엔 호주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제2차 세계대전 후 처음으로 미 해군의 호주 주둔 허용이라는 선물을 안겼다. 미국이 주도하는 태평양 연안국가들 간의 자유무역협정(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호주는 미국 뉴질랜드와 1951년 태평양안전보장조약(ANZUS)을 체결한 전통적인 안보 동맹국이다. 호주의 2009년 방위백서에는 “중국이 군사적 위협이 되고 있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미국의 중국 견제 드라이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면에서 호주는 중국과도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호주 정부는 며칠 전 중국에 ‘위성추적 지상국’ 설치를 허가했다. 호주 서부 동가라 지역의 스웨덴 국영기업 ‘스웨덴 우주공사(SSC)’가 개발한 우주 지상국 단지에는 미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 등이 입주해 있는데 중국도 위성 지상국을 설치토록 한 것이다. 동가라 기지국은 중국의 다섯 번째 해외 기지국이다. 우주에 발사된 중국 위성의 위치 추적 등을 위한 것이지만 언제든지 군사적 용도로 전용할 수 있어 미국이 반대해 왔다. “오바마 대통령의 호주 방문을 불과 며칠 앞두고 중국에 위성 우주국 설치를 승인해 미국을 당혹스럽게 했다”는 게 미국 언론들의 반응이다.

앞서 올 4월에는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가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중국 군함의 호주 기항 등 양국 간 군사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공해상에서 공동으로 실전 사격 훈련을 하고 중국 군함이 연말에 호주를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주에 중국은 최대 교역국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파를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통해 넘긴 것이다. 호주 국영기업이 중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로 기사회생하기도 했다. 길라드 총리가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 및 이웃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조하면서도 중국과의 우호 관계를 다지는 ‘양다리 걸치기’ 외교를 펴는 것은 이런 속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길라드 총리가 15일 현지 일간지 기고를 통해 “인도에 대한 우라늄 수출을 허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힌 것도 그녀 특유의 멀티포석 외교의 맥락에서 주목된다. 호주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언은 미국이 인도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호주 정부에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고 호주 정부는 인도의 최대 요구 사항 가운데 하나인 우라늄 수출을 허용하자는 쪽으로 갑작스럽게 정책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의 잠재 경쟁국인 인도와 호주 간 군사 협력 강화는 중국의 신경을 건드리는 요소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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