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국문화원 등기 못 내준다”… 4년째 유령건물 신세

  • Array
  • 입력 2011년 11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중국 베이징 차오양 구 광화로에 있는 주중한국문화원 건물.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중국 베이징 차오양 구 광화로에 있는 주중한국문화원 건물.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한국 정부가 2005년에 1억3000만 위안(약 230억 원)에 구입한 베이징(北京)의 주중 한국문화원 건물이 완공된 지 4년이 지나도 등기를 하지 못해 우리 정부가 소유권(장기 사용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정부가 등기를 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구 내자동에 있는 주한 중국문화원은 한국 정부가 등기를 내주는 등 정식 인가를 해줬다는 점에서 중국의 태도는 상호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있다.

16일 주중 한국문화원에 따르면 베이징 차오양(朝陽) 구 광화(光華)로에 있는 문화원 건물의 소유권이 아직까지 한국 정부로 넘어오지 않았다. 이 건물은 지하 3층, 지상 4층에 총면적 6302m² 규모이며 공연장과 전시장 등이 마련돼 있다. 2005년 말 사들여 개조한 뒤 한중 수교 15주년을 맞아 2007년 3월 개원했다. 그동안 시세가 배 이상 뛰어 해외 공관 재테크의 상징으로 꼽혀 왔다.

한국 측은 2004년 중국이 서울에 중국문화원을 열 때 인가를 내줬기 때문에 한국문화원 개원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외국 문화원과 관련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고 한국문화원이 있는 곳이 외교공관 밀집지역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등기를 내주지 않고 있다.

문화원 초대 원장을 지낸 박영대 여수세계박람회조직위원회 제2사무차장은 “중국 외교부를 수차례 찾아가 등기 발급을 요청했지만 불가능하다는 말만 들었다”고 전했다. 문화원은 중국 문화부에 진정서까지 제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등기가 안 나오는 이유로 중국 정부의 문화정책을 들고 있다. 한 소식통은 “중국이 외국 문화 유입을 꺼리기 때문에 문화원 자체를 불허하고 있다”며 “한국문화원도 공식적으로는 독립기관이 아니라 대사관의 한 부분처럼 돼 있다”고 말했다. 문화원의 활동은 허용하되 존재는 인정하지 않는 식이다. 미국 프랑스 독일 등은 독자적인 문화원 대신 주중 대사관 안에 문화담당 부서만 두고 있다.

등기 발급이 지연되면서 이 건물에 입주해 있는 콘텐츠진흥원 저작권심의위원회 한국관광공사 영화진흥위원회 등 문화부 유관 기관들도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문화원 주소로는 중국 당국에 등록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편법으로 매년 다른 건물의 주소를 산 뒤 그곳에 사무실이 있는 것처럼 서류를 만들어 신고하고 있다.

김익겸 문화원장은 “등기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국 공산당과 외교부, 문화부가 모두 동의를 해줘야 하는데 최근 문화부에서 다소 긍정적인 변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소식통은 “한국이 상호주의를 주장하면 중국은 ‘주한 중국문화원의 인가가 취소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반응을 보인다”며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