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위기’ 어두운 터널 끝?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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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 막대한 국가 부채, 해결 과제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8일 시장의 압력에 굴복해 사퇴를 표명했지만 국제 금융시장은 여전히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그의 갑작스러운 사임 소식에 미국과 아시아 증시는 상승세를 보였으나 뒤이어 개장한 유럽 증시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8일 6.77%까지 치솟았던 이탈리아 국채수익률(10년물)은 9일 소폭 하락했다가 다시 상승해 채무불이행으로 가는 심리적 마지노선인 7%를 0.025%포인트 초과했다. 국채수익률 7.025%는 1999년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탄생한 이후 이탈리아 국채수익률로는 최고 기록이다.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은 국채수익률이 7%를 넘어선 뒤 구제금융을 받았다.

금융시장의 이 같은 반응은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사퇴가 이탈리아 위기의 종결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총리만 바뀔 뿐 위기의 근본 문제는 풀리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유로존에서 이탈리아는 경제력이 독일 프랑스 다음으로 크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118%로 그리스(142.8%) 다음으로 높다. 경제성장률도 지난 15년간 연평균 0.75%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낮다. 유로존 국가들은 이탈리아가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과는 달리 구제금융을 하기에는 경제 규모가 너무 크다고 보고 스스로 긴축에 나서 줄 것을 바라고 있는 처지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이탈리아 정치전문가 세르조 로마노 씨는 “총리 사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총리가 물러난 이후 분명한 경제개혁 프로그램이 가시화되지 않는다면 국제사회가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도 “선심 공세에 길들여진 여건 아래에서 강도 높은 긴축조치를 실행에 옮겨야 하는 것은 차기 정부의 몫”이라며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사퇴가 장기적으로 문제 해결에 기여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차기 이탈리아 정부에 대한 전망은 거국내각 구성, 현 집권세력인 중도우파 연정 확대, 의회 해산 후 조기 총선 실시 등 세 가지로 나뉜다.

거국내각이 구성될 경우 마리오 몬티 전 유럽연합 경쟁담당 집행위원이 유력한 총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조기 총선이 결정되면 총선은 내년 1, 2월에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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